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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평점 :
의미들은 저자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책인 것 같다.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현실에서 혼자서 오로지 책과 글쓰기로 긴 터널을 나온 수잰 스캔런의 이야기다.
의미들 외에 여러 책을 출간했으며 창작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는 저자의 인생에서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책은 스스로 들어간 병원에 보낸 3년의 이야기를 쓴 것으로 단순히 자기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처럼 정신질환으로 보냈던 여성 작가들과 수잰이 병동에서 만난 이들을 말해주고 있다.
왜 들어가게 되었고 무엇이 그토록 평범한 삶에서 어떠한 문제와 다양한 시선이 책에서 보인다.
저자는 누구나 마음의 병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잰에게 있어서 9살에 암으로 떠난 엄마가 바로 삶의 상실의 이유 였다.
의사 아버지와 간호사 엄마 그리고 형제를 두었던 그녀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삶과 그 후의 삶으로 변한다. 책 내용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은 엄마를 잃은 슬픔을 넘어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사라진 엄마의 자리를 얼마나 간절한지 내용에서 많이 나온다
또한, 자신이 병동에 있을 당시 처방받은 약에 대한 의견과 의사들이 환자를 호전시키기 위해서 행한 행위가 결코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님을 오히려 자신들의 판단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임을 말한다.
현재 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버지니아 와 실비아 두 사람이 가진 상실감은 의학적으로 치유할 수가 없었다. 신경증 환자가 유달리 여성이 많았다는데 저자는 글쓰기로 치유할 수 있음에도 오로지 강제 휴식을 강행했던 의학자들을 비판한다.
수잰이 병동에 있을 때에도 환자들은 거의 여성이었고 대부분 의사들은 치료하기 보단 약물을 투입함으로써 상태가 달라지기를 연구했을 뿐이었다.
수잰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책과 글쓰기였고 자신을 붙잡아 준 것은 소설가들이었다.
상실의 아픔을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도, 그렇다고 위로 받을 수 없었지만 저자는 여성 작가들의 삶에서 힘을 얻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주지 않을 때 사람은 길을 잃게 된다. 때론 길을 찾아서 새로운 길로 가기도 하지만 영원히 잃어버려 흩어져 버린다. 그녀의 친구 패트릭 처럼 말이다.
책은 수잰 스캔런의 이야기지만 오로지 그녀만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병동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환자들과 그녀를 유일하게 도와준 의사와 자신처럼 상처로 얼룩진 삶이었지만 글을 통해 고통을 표현한 여성 작가들 그리고 수잰 스캔런의 가족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읽은 내내 마음이 먹먹했던 건 이 책이 유일하다. 최근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를 읽으면서 고통이 글쓰기의 원천이 될 수밖에 없다 했는데 [의미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밖에 없었던 도서였다.
이렇게 마음에 대한 다양한 의미와 내용을 볼수 있는 책이라서 유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