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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해부학 - 살인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방법
마이클 스톤 지음, 허형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악하다고 평할 수 있는 짓을 저지르는 생명체는 지구에서 인간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극악무도, 흉악, 잔인, 피도 눈물도 없고, 형용할 수 없이 끔찍한, 진정한 악중의 악, 순수한 악의 엑기스를 보여줄 때 인간들은 입을 모아 '짐승같은' 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객관적으로 볼때 짐승은 어떤 악의를 품고 남을 해하는 일이 없는데 이부분에 있어서도 인간은 자신들이 모든 면에서 동물보다 한 수 위라고 착각하고픈 심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이것 자체도 인간이 지닌 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과거의 형벌이나 종교, 사상, 전쟁에 스며있는 악이 아닌 '범죄'에 초점을 맞춰 악을 다루고 있다.
처음에 절반정도 읽었을 때는 평소에 CSI시리즈의 수위높은 범죄들을 접했었기에 적응할 수 있었으나,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면 들수록 해독을 위해 긍정미가 물씬 넘치는 책과 번갈아가며 읽어야 정신건강에 위협을 받지 않고 진정할 수 있을 만큼의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사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마저도 저자에 의해 걸러진 것으로 책에 차마 실리지 못한 더 심한 사례들도 있다고 한다.
저자의 표현처럼 '사드도 들으면 눈물을 뚝뚝 흘릴만큼'의 강도높은 범죄들인 것이다. 아빠가 애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 두개골을 부수고 내장을 꺼낸 것이나 아들이 엄마의 배를 가르고 심장과 간을 먹은 것 정도는 무척 평이한 수준이라고 할까?
정신이상에 의한 환청으로 저지른 범죄는 자유의지가 아니기 때문에 최고수준의 악이라고 할 수 없지만,
미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희생자에 대한 조금의 연민이나 감정이입 없이, 자신의 쾌락을 위해, 희생자에게 극도의 고통을 가하고, 범죄후에 조금의 뉘우침도 없는 사이코패시들이 지구에 이렇게나 많이 존재한다니..
내가 옛날에 보고 충격먹었던 '이치 더 킬러'는 정말 가볍고 부드러운 수준이었다.
사이코패시로 크는 인간들은 어릴 적에 동물학대,방화,야뇨증 의 3징후를 공통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범죄자들 중에는 어릴때의 뇌손상, 가정에서의 폭력과 학대, 부모의 방임 등 불행했던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사랑받고 행복하게 성장하고서도 그런 길을 걸은 범죄자들도 분명히 있다는 것은 '악의 씨앗'이라는 유전적 요소가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지금까지 인류문명이 열린 이후로 벌어진 싸늘한 범죄들이 뇌과학과 유전과학, 정신의학 등의 발달로 점점 희생자를 줄여가게 되기를 희망한다. 악의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밝혀졌을 때에, 그 유전자를 타고났다는 이유로 태어난 순간부터 감시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니까. 그러나 나쁜 씨앗이 범죄의 나무로 성장하지 않도록 치료와 예방에 있어서는 아는 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희생자가 누구인지와 그 숫자, 희생자가 겪었던 고통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사전계획의 여부, 가해자의 정신상태가 정상인지 등 여러가지 기준에 따라 악의 등급을 나누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점점 순도 높은 악의 축으로 갔을 때 그 등급에 해당하는 범죄자들은 교화 가능성이 없기때문에 갱생 자체가 무의미하기에, 그들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는 척도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갖은 실수와 오판으로 그 카테고리에 속하는 전과자와 재소자들이 가석방이나 보석금으로 풀려난 뒤에 더 많고 더 강도높은 범죄를 저지르는 유감스러운 사례가 많았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잔인한 책을 왜 썼는지 의문을 가졌었는데, 결론에 이르러서는 사이코패시가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저자를 비롯한 범죄심리학 연구자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끝도 없는 실망과 좌절에 빠지면서 자신의 직업을 힘겹게 받아들일만도 한데 위에 언급했듯이 그나마 희생자의 수를 줄이고, 범죄의 싹을 예방하는데 기여한다는 보람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는 인간 본성이라는 미스터리의 답을 찾기 위해, 과학자와 지성인, 예술가들을 연구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연쇄살인범과 성범죄자, 살인자들을 연구한다. -어번 웰시, <Cr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