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의 묵상하는 목회자 유진 피터슨의 목회 멘토링 3
유진 피터슨 지음, 차성구 옮김 / 좋은씨앗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독교 영성은 성숙한 복음의 온전함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삶의 모든 요소들 - 자녀들, 배우자, 직업, 날씨, 소유, 관계 - 을 부여잡고 그것들을 신앙 행위로 경험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삶의 모든 재료들을 원하십니다. (13) 바로 지금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관심을 기울일 책임이 있다는 말입니다. 영성의 전제는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내가 알기 이전에 이미 무언가를 행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하나님에게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행하고 계시는가를 깨달아 거리에 반응하고 참여하며 그 속에서 기쁨을 누리는 것입니다. (14) 제가 가장 먼저 제 안에서 개발하고자 애쓰는 것은 파괴적인 정신입니다. 파괴적인 작업들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는 문화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에 자신을 헌신하고 작은 일들을 기꺼이 감당하려 합니다. 파괴적인 그리스도인은 결코 큰일만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는 언제나 은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현재의 문화가 최종적이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서 무언가가 있다는 의심을 심어줍니다.(25) 헌신적인 사랑, 정의 그리고 소망이 신앙인들의 정체성의 핵심 - 일상의 직업과 가정 생활에서 그런 일들을 행한다며 - 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실제로 파괴적인 힘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26)

이 책은 유진 피터슨의 목회 시리즈(?) 중에 첫 번째로 집어든 책이다. 그는 먼저 목회자를 다시 정의한다. 그가 목회자를 정의하는 형용사는 3가지이다. '분주하지 않은', '종말론적인', '파괴적인'. 분주하지 않은 목회자는 기도할 수 있고, 설교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파괴적인 목회자의 도구는 기도와 비유이다. 종말론적인 목회자로서의 삶은 기도와 시와 인내로 간결해 진다. (비록 여기서는 재정의에 관련하여 이렇게 몇 개의 중심 단어를 말하긴 했지만 이는 그의 글을 전혀 드러내 주지 못하는 참으로 건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러한 단어 하나 하나의 속을 깊이 헤짚고 들어간다.) 이제 그가 재정의한 목회자는 '삶의 모든 요소들'을 재료로 삼아 복음을 드러내는 사역을 감당하게 된다. 그래서 유진 피터슨은 이어서 목회자가 주일과 주일 사이에 다루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룬다. 여기서 묵상하는 목회자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수 있다. 묵상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일상과 분리될 수 없는 것임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묵상은 주일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요소들과의 끊임없는 긴강 속에서, 평일의 삶 속에 감추어진 역설의 신비를 풀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묵상하는 목회자의 본질적인 사역은 영혼의 치유를 위한 대화와 기도를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서는 누군가를 향한(to), 그리고 누군가와 더불어(with) 사용하는 개인적인 언어의 중요성이 제시된다. 그 언어는 기도의 언어이며 대화의 언어이기도 하다. 친밀함과 관계의 언어로서의 이 언어는 하나님께 향하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을 열어준다. 또한 그 언어는 일상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눈 뜨고 기도하는' 삶을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삶의 환희, 세상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절망과 아픔, 세상의 어두움을 직시하게 하고, 침묵가운데서 이미 증거되고 있는 커다란 신비를 발견할 수 있게 하며, 겸손히 하나님을 향할 수 있는 예배를 열어주는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긴장이 있다. 인간의 의지와 하나님의 의지 사이의 긴장이다. 여기서 그는 부정을 통한 긍정, 중간태에서 비롯한 참여의 의지, 의도된 수동성을 통한 사랑의 표현을 통해 교차점을 찾아낸다. 이를 말하기 위해 자신이 어린 시절 정육점에서 일한 경험과, 학창 시절 헬라어 중간태 문법을 놓고 고민했던 경험, 그리고 결혼 후에 꾸려가는 아내와의 삶의 경험을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참 재미있다. 또한 사람들과의 긴장도 있다. 이 때는 신학적 명칭으로서의 죄가 인간적 형태로서 구체화되는 삶의 모습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죄 가운데 이미 넘쳐나고 있는 은혜를 발견하도록 돕는 노력들을 제시한다. 사람들의 요구에 끌려다니거나 맞추는 일이 아니고(이는 직업적인 일로 목회를 제한하는 행위이다), 사람들을 다그치고 강요하며 이끌어 가는 일도 아니다(이는 목회자들 스스로가 하나님의 지위에 올라가는 일이다).파괴적인 목회자, 종말론적인 목회자로서의 자기 인식과 그에 따른 목회적인 행동이 요구 지점이다. 말씀과 성례는 이 때 목회자를 단단히 묶어내는 돛대과 같다. 

유진 피터슨의 글은 때로는 이야기같이 때로는 강의 같이 때로는 시와 같이 그의 글은 여러 갈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는 그의 목회적인 삶과 신학적인 사유가 담겨 있다. 그리고 잔잔한 여운과 함께 조용하지만 묵직한 파문을 남긴다. 이러한 그의 글을 읽는 것은 참 즐겁다. 나는 참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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