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알리스터 맥그래스·조애나 맥그래스 지음, 윤종석 옮김 / IVP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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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자신을 절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그리스도인 저자들과, 이에 못지 않게 자신을 절대 부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그리스도인 저자들 사이에 끼여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은가? 자존감에 관련된 문제들을 심리학적으로 식견있고 신학적으로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충분하고도 직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이 바로 본서의 취지다. ... 그리스도인의 자신감은 전적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근거하지만, 현대 심리학의 일부 치료적 통찰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 본서의 논지다. ... 본서는 자존감과 관련된 심리학과 신학의 통찰을 유익하고 책임감있게 통합하려는 일관된 시도의 산물이다. ... 자존감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신학과 심리학 사이에 진정 시너지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둘이 서로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목회 사역에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믿음이다. (서문, 11-14쪽)

여러 가지 생각을 가져다 준 책이다. 먼저는 저자, 맥그래스의 신학적 노선, 신앙 고백의 성향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책날개의 저자 소개는 알리스터 맥그래스를 21세기 복음주의를 이끌고 갈 차세대 복음주의 사상사요 신학자로 말했다. 복음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현실적으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범주 내에서의 의미를 본다면 흔히 말하는 보수적인 신학자로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사실 신학은 모두 복음주의적인 신학이 아닐까? 신학에서 예수가 선포한 복음을 인정하지 않는 신학이 어디 있겠나? 다만 복음에 대한 해석과 이해의 폭이 다를 뿐이지. 어찌되었든 복음주의라는 말이 사용되는 현실에서 그 언어의 뉘앙스는 상당히 폐쇄적인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진보적 성향, 급진적 성향의 신앙 고백은 복음주의가 아니라는 식의 이해가 무의식적으로 전제되어 있기는 하다. 따라서 복음주의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보다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 어찌되었든 복음주의 신학자라는 소개에서 실상 맥그래스는 보수적인 복음주의, 정통주의적 신앙을 변증하는 유형의 신학자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본 저서는 그의 신학적 입장을 아주 기본적으로 써 내려간 저술임에 틀림없다. 저자들이 신학과 심리학 사이의 일관된 통합이라고 말했지만, 전체적인 논조나 분위기를 볼 때 신학과 심리학의 동등된 통합이라기 보다는 신학이 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심리학의 서술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일종의 근거처럼 활용한 듯한 인상은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존감에 대한 심리학적 주제들을 신학적 내용, 특히나 보수적, 정통적 입장에서 중요시 여기는 교리, 특히 예수의 십자가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재해석을 하는 결과를 낳은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교리에 대해, 이러한 신앙적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과의 대화는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심리학과의 통합이라고 했지 대화라고 하지 않았으니 그리 큰 문제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십자가 사건, 교리에 근거한 신앙 고백에 의문을 제시하며 심리학과의 관계 속에 무언가 다른 기대를 가지고 글을 읽게 된다면 그다지 새롭거나 깊이 있게 숙고할 만한 내용은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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