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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남자와 여자, 건강과 병, 동물과 식물, 존재와 무...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말들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들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우정, 웃음과 눈물, 목욕과 샤워, 사냥과 낚시는? 저자인 미셸 투르니에는 이것 역시 반대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책의 제목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말놀이의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 내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이 책은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 지적 욕구의 충족, 그로 인한 쾌감을 자극하는 데 더 탁월한 힘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요 몇 년 사이 내 고민 중 하나가 상상력과 창의성의 빈곤함이었던 까닭에 이 책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받아들고 꽤 큰 기대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작가의 이름을 난 들어본 적도 없지만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니, 더 기대할 만하지 않았겠는가.

 

내가 상상력보다 지식 충족의 욕구를 채울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거의 매 페이지마다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초기 기독교도들의 암호였으며 예수의 숨겨진 이름이었던 것, 초식동물이 섭취하는 식물은 그들의 위에 들어가 박테리아-단세포 동물의 배양에 필요한 양분을 제공하며 초식동물들은 이 박테리아를 먹고 살기 때문에 사실은 육식동물이라는 것, 설탕은 사탕수수와 사탕무 두 종류에서 생산되는데 사탕수수에서는 갈색 설탕이, 사탕무에서는 흰색 설탕이 나온다는 것, 재능(talent)이라는 말이 원래는 상당한 금액에 해당하는 그리스 화폐 단위였다는 것 등은 이 책이 아니었다면 기약할 수 없는 미래까지, 혹은 영원히 알 수 없었을 사실들이다.

 

문제는 초반에는 재미있게, 지적 충족의 허영심을 '가지껏' 채워가며 흥이 나서 읽던 것이 책 후반으로 갈수록 숨을 헥헥 몰아쉬며 더디게 읽게 되었다는 것. 가뜩이나 없는 밑천에 난이도까지 높아지니 그가 제안하는 지식을 소화시키기가 벅찼던 게다. 상상력을 자극하기는커녕 상식이고 지식이고 내가 가진 밑천의 비천함만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순간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즐거웠다. 모르던 사실을 깨닫게 돼서 즐거웠고, 그 즐거움의 깊이가 꽤 크다는 걸 알게 돼서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그 즐거움을 내가 더 탐내리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에, 나는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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