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과 돌의 기억들
현고진 지음 / 포럼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물과 돌의 기억들]. 책의 제목을 보면 소설책이란 느낌을 받기보단, 자연과학에 관련된 에세이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설로 느껴지기엔 좀 어려운 제목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 속의 내용면에 있어선 여느 소설책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책이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초반부에 들어가면서 이 책을 쓴 저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현고진이라고 적혀있었는데, 그럼 우리나라 작가가 아닌가? 난 내용의 탄탄함과 스토리 구성의 완벽함에 다시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책이었고,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밌게 읽어지는 책이었다.
“세상의 절반이 얼음으로 덮인 오만 년 전의 어느 날,
사슴고기가 익어가는 모닥불 가에서 그리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불의 발견보다 더 위대한, 사랑의 발견이었다.”
시간은 까마득히 먼 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가 판타지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고, 하늘바람, 푸른지네, 물보라가 펼치는 삼각구도의 밀고 당기는 사랑의 하모니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에 깊은 감동과 여운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하늘바람이 독뱀의 공격으로 인해 물보라와 단비를 푸른지네에게 빼앗겨 버리고, 망연자실하며 그들을 다시 찾았을 때, 푸른지네와 물보라의 모습에서 둘의 모습이 꽃처럼 눈부셨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짝으로 보였을 때, 하늘바람이 느꼈던 그 상실감과 허탈함.
아직도 그 대목을 떠올리면 내가 마치 하늘바람이라도 되는 듯 목구멍이 울컥해진다.
하늘바람과 물보라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랬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예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한 여자를 자신보다도 더 사랑한 남자 푸른지네. 그에게서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어떻게 그토록 한 여자를 그리도 사랑하고, 그리워할 수 있는지.....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오래전 영화로 봤던 “늑대와 춤을”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영화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주먹쥐고 일어서’,‘발로 차는 새’와 같이 말이다. 이 책 속에서는 느낌이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등장인물의 이름이 정감있게 느껴졌다. 하늘바람, 물보라, 푸른지네, 구름호수, 독뱀, 주름살, 느린소, 무지개, 푸른별, 단비, 검은사자, 짝귀, 여우비 등.
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게 만들었다. 비록 하늘바람과 물보라가 해피엔딩이 되진 않았지만, 마지막부분 주름살의 역할이 대미를 장식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멋진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