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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황인숙 지음 / 달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 예쁜 표지에 냥이들까지,
한가로운 오후의 시간들이 담겨 있을 것만 같았다.
예상과 달리 작가님의 일상은 길냥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흘러갔다.
집에서는 냥이집사로 책임을 다하고,
온동네 길냥이들에겐 먹이 천사로 봉사를 자처하는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반려묘와 함께 살았다면 훨씬 책에 빠져들었을텐데..)
잠이 들었다가도 자정이든 새벽이든 깜짝 놀라 깨어
길냥이들을 위한 사료와 간식 캔, 물을 손수 챙겨
짊어지고 나선다는게 보통 이상의 애정어린 마음이 아니고서야
마음먹을 수 없는 일이다.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길냥이들의 천사.^^
난 이렇게까지 애정을 쏟았던 일이 있었던가?
책 띠지에서처럼 '아낌없이 나누는 다정과 명랑',
그 자체를 사랑하신 작가님의 여린 마음을
혼자 안으려고만 하지 말고 이젠 조금 내려놓으시기를🙏🙏
p.163.
우리가 열망하는 건 아마도 존재의 변화가 아니다.
그대로 시들어가는 자기 존재를 되살리는 것이다.
막다른 곳에서 쳇바퀴처럼 도는 지루한 일상이 숨통을 막을 때
우리는 변신 욕망을 갖게 된다. 일상의 패턴을 바꿔서
그 충격으로 삶이 꿈틀, 움찔,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 비일상으로의 탈주
p. 203.
온몸을 던져 기운 한 방울 남김없이 쥐어짜서 산다는 건
얼마나 떳떳하고 고된 것일까. 마치 대자연처럼 냉혹하고 숙연한
삶이다. 자기의 삶을 온전히 자기의 힘으로 꾸려온 길고도 긴 세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 누구에게도,어디에도
끝내 기대지 않고 산다는 건 존경할 일이지만 구십대 노인이
돼서도 그렇게밖에 살 도리가 없는 게 인간의 사회인가.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1
p. 236.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을 무르익힌다는 것이다. 삶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깊은 삶은 기품 있는 삶이다. 삶이 깊어지면 남을 생각할
줄 알게 된다. 남을 생각할 줄 안다는 건 기품의 기본이다.
세월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기품. 이것이 아름다움 아닌가?
- 깊은 삶, 기품 있는 삶
p. 252.
숨을 받는 순간부터 숨을 거둘 때까지 한 생이 맡겨진 몸.
하나의 생에는 오직 하나의 몸이 주어진다. 세상에서 자기 것이라 누구나 주장할 수 있는 확실한 건 자기의 몸이리라.
- 하나의 생에는 하나의 몸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