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드미트 패러독스
강착원반 지음, 사토 그림 / 놀 / 2024년 1월
평점 :
"일본 3대 만화 출판사 고단샤 대상"
SNS 화제의 일본에서 먼저 알아본 한국인 작가의 만화가 출간되었다.
인간과 좀비가 공존하는 사회, 그 속에서 다뤄지는 좀비의 인권(좀비권).
색다른 시선, 독특한 배경설정으로 그려진 K-좀비의 세상을
데드미트 패러독스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변호사 골드는 좀비인 동생 실버와 함께 변호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올랜드 제국에서는 사후 30일 이내에 갑자기 부활하는 원인 불명의 상태를 좀비라 불렀고,
이들을 싼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차별당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친좀비파 귀족이었던 아르테미아 가문의 마지막 자손 릴리는
좀비가 되어 골드에게 재판을 의뢰한다.
좀비는 살아 움직이는 인간일까?
아니면 죽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좀비는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
K-좀비물이라는 친숙한 소재지만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물과는 달랐다.
데드미트 패러독스에서의 좀비는 죽었다 살아나 이성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무서운 좀비의 모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잠들지 않은 좀비는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이성을 잃는 장면이 나온다.
이성이 있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해 이성을 잃어버리는 카데바라는 증상을 보인다.
P.100~101에서
"그거 아세요? 좀비도 상처 입으면 죽고요. 방부제를 제때 못 바르면 썩어 죽기도 해요. 그래서 봉합 기술을 배웠어요. 좀비들이 죽는 게 싫어서. 비록 이런 몸으로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었어요."
실버가 전)왕실 의사장이였던 닥터. 더미에게 한 말이다.
실버는 "동생" 실버가 아닌, 부양해야 할 환자가 아닌 형인 골드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랬고, 닥터를 도우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좀비는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인간들로부터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있다.
노동 반대, 저임금 노동, 사람과 좀비가 탈 수 있는 칸이 나눠진 기차, 노 좀비존, 좀비 반대 시위 등으로 인간들이 좀비를, 좀비가 인간들을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을 나타낸다.
인간과 좀비는 서로를 증오하며 차별하며 살아가고 있는 세상으로
그동안 보아왔던 어두운 좀비물과는 다른 신선함을 느꼈다.
좀비가 되어버린 아르테미아 가문의 유일한 상속녀 릴리와 거대 보험사 빅베일과의 재판은 흥미진진했다.
현 사회에서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무시를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배려와 존중의 중요함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였을까?
이야기의 마지막은 재판을 통해 바뀐 세상과 최초의 좀비의사이자 카데바 치료제 개발자.
아르테미아 재단에서 설립한 근대 좀비사 박물관을 통해
겉모습이 어떻든 능력만 있으면 해낼 수 있다는 것과
좀비가 무시와 차별당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의 결실을 보여준다.
단행본으로 다소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다는 것이 아쉬움이였다.
장편의 소설이나 만화로 나온다면 좋을 것 같다는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