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니아라는 세계의 창조와 몰락을 모두 담은 이 소설은 매우 두꺼워서 처음에는 읽기가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즐겁게 읽을 수가 있다. 또한 7권 분량의 합본임에도 불구하고 동화풍이라서 그러한지 책넘김이 쉬웠고 읽기에 버겁지도 않았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며, 각자 강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다.  때로는 아이들다운 어리숙함과 게으름 등으로 인해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순수한 인물들로서 여행과 모험을 통해 정신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또한 현실 세계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갈 힘을 얻기도 한다.

읽고난 후 남는 인상은 참으로 분명한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니아를 창조한 사자 모습의 아슬란은 공공연히 자신이 이 세계의 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절대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항상 나니아의 생물들과 이 세계를 구원하러 오는 주인공들에게 길을 알려주고 도와주곤 한다. 그는 항상 옳으며, 인간의 죄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부활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와 믿음을 시험하곤 한다. 물론 그를 부정한 자에게는 생명체 스스로의 몰락이라는 댓가를 치르게 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구세주, 혹은 아바타의 신화에 의한 이야기 진행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이는 기독교보다는 힌두교적인 속성이 더 강한 것 같다. 힌두교의 신인 비쉬누는 세계가 위험에 처하면 그 때마다 그의 화신인 아바타의 모습으로 출현하여 구원하곤 한다. 힌두교에 따르면 부처나 예수도 비쉬누의 화신이라고  하곤 한다.  옷장, 그림 액자, 죽음, 나발 소리 등을 통해 위기의 나니아에 출현하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런 연상을 하게 한다.

아이들이 구원자로서 모험을 하기 때문인지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준다. 간결한 이야기 구성은 흡인력이 매우 강하며 책 전반의  유머러스함은 절로 쿡쿡 웃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가벼운 것만도 아니다. 성서에서 따온 여러가지 모티브들과 이에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상당한 긴장감을 준다. 또한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철학적 개념을 은근슬쩍 흘리면서 이를 논하기도 한다.  아마 아는 만큼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자한 할아버지가 옛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면서 그 안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옛 지식을 가끔 담아내는 듯한  이 이야기는 매우 즐겁게 읽을 수가 있었다. 다만, 읽다보면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노골적인 작가의 종교적 신념이 가끔 목에 걸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점이 있으므로 이를 감안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책의 표지나 제본 상태도 잘 되어 있으며, 부록도 만족스러워서 소장의 기쁨을 준다. 그러나 책과 분리형인 외부 표지가 독서중에 자꾸 떨어져 나가서 귀찮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필자의 경우 책을 무심코 들다가 책에 둘러진 광고 띠에 손가락을 깊게 베이고 며칠간 고생한 경험이 있으니 이 또한 주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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