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커뮤니케이션 - 뉴미디어총서 5
R.에스카르피 지음, 김광현 옮김 / 민음사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로베르 에스카르피의 이 책은 컴퓨터전공자이자, 인터페이스를 전공으로 하는 내게는 매우 의미 깊은 것이다. 특히 근래 미디어와 관련한 주제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에 관련한 지식과 미디어의 사회학적인 욕구를 모두 만족시켜 주었다.

저자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에 대한 일반적 개념과 역사를 설명하는데, 이러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물리학적, 수학적인 이론과 함께 언어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문학적인 내용들이 시대상과 맞물려 어떠한 현상을 보이는 지를 잘 드러내보이고 있다.

또한 기계론적인 시스템과 함께 이를 이용하려는 다양한 심리학적, 사회학적 접근론을 설명하면서 결국 이것이 인간의 언어나 반응양식을 고려할 때 어떠한 문제점들이 있는 지를 기술한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문은 미디어와 집단에 관련한 '사회학자의 시대', 그리고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 이에서는 '한계의 규모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정치제도나 경제체계와 같이 일방적이고 계급화된 정보 시스템들은 극도로 약해진다. 반대로 그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한 이런 시스템들은 기본적인 평등 집단을 통제하거나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기술한다.

이의 의미는 극도로 거대화된 권력(혹은 미디어)이나 커뮤니케이션의 독점은 오히려 소규모의 세력들을 불러 일으키며, 이들에게 극도로 약해진다는 의미이며, 비근한 예로는 거대 경제 블록에 대응하는 약소국들의 대응을 들 수 있다. 저자는 국가간 분쟁도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으로 보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초강대국 미국의 일방통행식 힘의 사용은 이에 대항하는 약소국들의 대항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석된다.

또한 평등한 소집단인 베트남 게릴라들이 일방적 거대 집단인 미국에 저항하고 이길 수 있다는 것도 이런 해석으로 유추한 것이다. 미디어와 권력 관계에 관한 기술과 '게릴라는 거대한 군대까지도 해치울 수 있다'는 말, 그리고 테러에 관한 언급들은 이 책이 출판된 1976년의 상황이 아니라 현재의 국내외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근래에 가장 인기있는 학자인 촘스키와 맥루한의 연구도 이야기되고 있으며, 다양한 백과사전식 지식을 얻을 수 있기에 지적 만족감을 준다. 또한 4반세기 전에 씌여진 책이 이토록 현재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경탄과 함께 '또 다른 시대와 역사적 상황에 와서는 또다시 엔트로피로 가득 채워질 수 있다(P289)'는 말의 의미를 직접 체험케 해준다.

다만, 저자도 언급했듯이 '완벽한 문외한은 어렵게 느낄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통계학, 수학, 컴퓨터과학, 물리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문학 등을 이용한 폭넓은 접근은 역자의 주석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찾는 괴로움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전체적으로 번역이 만족스럽지만, 몇몇 부분은 논지를 잃을 만한 문장들이 있었기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 쉽게 읽히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형광펜으로 줄 그어가면서 읽었지만, 이 책을 접하는 동안 매우 즐거웠다. 이 책을 번역해주신 역자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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