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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평점 :
창의성 [創意性]
[명사]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특성
이 말은 이제 IQ가 ‘지배했던’ 세상을 밀어내고, EQ를 넘어서, CQ(Creative Quality)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Social Keyword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왜 ‘창의성’이라는 말이 주목받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하나하나 따져보고 들여다보면 100여 년 전 IQ 연구를 시작으로, 50여 년 전 ‘창의성’ 연구로 이어질 수 있겠다. 뭐 굳이 이렇게 학문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를 보면 고착화된, 그리고 정형화된 인간상을 선발하던 학교, 기업, 공공단체들이 이제는 짧은 시간 안에 독특한 방식으로 인터뷰이들을 분석하고, 창조적인 인간상을 조직 안에 심고자 노력한다.
“대한민국에 맨홀 뚜껑이 몇 개인가?” “테러국들의 반국가적 적대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9.11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의 복구 방법은?” 뭐 이런 질문은 사실 전공자들에게도 쌩뚱맞고 어색한 옷을 입은 듯 불편한 질문이다. 하지만 인터뷰어들은 정형화된 객관적 수치를 원하지 않는다. 바로 독특한 발상을 통해 얻어진 주관적이고도 창의적인 답변을 원하는 것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해외 번역서들은 ‘통섭’, ‘창의성’,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그 근본 가치를 찾아내고자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수박 겉핥기 식, 그리고 객관적이지 않은 방법을 통한 통속적 방법으로 이 단어들을 사용해왔으니, 이제서라도 창의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하면서도, 통통 튀는 의미를 정리하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박웅현은 이 책에서 인터뷰이이며, 강창래는 인터뷰어이다. 그들이 스스로를 소통의 기술을 빌려와 소위 말하는 ‘창의성’에 대해 ‘썰을 풀어놓고 있다’. 이 재미가 바로 독자들의 설렁설렁한 창의력 발상을 최고조로 끌어내도록 가이드해준다. 한 땀 한 땀 실로 홀치기한 바느질처럼 견고하게 이어지는 모직물처럼 풀어낸 맛깔스러운 정리는 컬러 사진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제목은 어떤가? ‘인문학’, 그리고 ‘광고’! 전혀 어울리지 않은 듯 보이는 불협화음이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묶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리에이티브’한 세상으로 뛰어든 21세기의 신 트렌드를 읽어내는 듯하여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창의성은 어디에 있는가”로 바꾸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창의성은 창조적인 개인이 활동하는, 특정 전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성과물에서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창의성은 학문적 연구를 뛰어넘어 사회 구석구석 대중화를 위해 널리 퍼지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에서, 그리고 이 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는 광고라는 메소드를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시도가 명확한 만큼 일독하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겠다. 창의성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발생된다고 굳게 믿는 저자의 말처럼 인문학적인 것이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