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의 인문경영 시리즈 1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 모든 것에 만점이란 없다.

이 책 역시 그 만점을 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정진홍 선생께서 쓰신 이 한 권의 책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는 세상 모든 경영자들에게 단 한 권의 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정도로 참 매혹과 통찰을 담은 책이다. 한 자 한 자에 힘이 느껴져 읽는 내내 바른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가치가 있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하지만 앞에서 나는 이 책에 만점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눈에 심하게 거슬리게 오타와 기술적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아쉽다는 것이다. 역시나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 너머에 보이는 아쉬움은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크게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권으로 발간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어렵고 방대한 학문적 서사를 담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책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에 나오는 이야기는 우리가 삶에서, 또는 역사책에서, 또는 TV를 통해서라도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래서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분석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에 살과 힘이 있기 때문에 넘기면 넘길수록 맛이 느껴진다고 하면 그 정확한 표현을 찾지 못한 아쉬움마저 느껴진다. 간만에 정말 좋은 책을 한 권 읽었지만 그 찬사와 지식에의 확장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먼저 제 1장은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2장은 창의성을 다루며, 3장은 디지털, 4장은 스토리, 5장은 욕망을 다룬다. 6장에도 참으로 매력적인 소재를 다룬다. 바로 유혹이었다. 7장은 매너, 8장은 전쟁, 9장은 모험, 10장은 다시금 역사로 돌아간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돌고돈다는 그 진리를 정진홍 박사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극히 남성적인 색채를 띄는 문체와 이야기 구성이지만 스토리, 유혹, 매너 같은 코너에서는 여성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유려한 문체들이 선보인다.

 

1장에서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강희-옹정-건륭을 잇는 130년 강건치세를 다룬다. 그들이 중국의 흥망성쇠 및 영웅호걸들의 난립속에서도 중국의 한 역사를 어떻게 강건하게 이끌어가고 문화적 부흥과 역사적 가치를 만들어가는지 생생하게 다룬다. 중국의 수맣은 리더들 및 정치인들이 왜 그 3대에 걸친 중국 황제에게서 통치의 진심을 찾고 통치의 가르침을 얻고 통치의 맥을 짚으려고 하는지는 이 책을 읽는 한 자 한 자에서 그 힘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2장 창의성에서는 에디슨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바로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네 한국인은 이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99퍼센트의 노력의 중요성을 위해 에디슨이 이야기한 이 말의 진심을 왜곡한 것이었다. 에디슨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최초의 영감이 좋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 말에 담긴 진심이다. 창의성을 이야기하는 2장은 이 한 문장만으로도 모든 이야기들의 흐름을 짚어줄 수 있을 만큼 명쾌한 한 줄을 담아주었다.

 

3장은 디지털을 다룬다. 이 장 마지막에는 디지털 시대, 감성 리더가 갖추어야 할 7가지 덕목을 이야기한다. 바로 1. 느림을 확보하라, 2. 상상력으로 승부하라, 3. 차이를 드러내라, 4. 느낌을 존중하라, 5. 낯선 것과의 마주침을 즐겨라, 6. 감각의 레퍼런스를 키워라, 7. 감각의 놀이터에서 변화와 놀자. 이 7가지 덕목을 바라볼 때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이 7가지는 앞선 창의성과 일맥상통하는 하나의 큰 줄기를 가지고 있다. 바로 새로운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솔직해질 수 있는 리더로서의 감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곳에 머물러서 썩어버리는 리더가 아닌 변화하는 세상에 솔직하고 당당하게 맞서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내러티브의 파워, 즉 스토리를 다룬다. 모든 국가 건국시 그 국가만의 건국신화가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건국신화라는 스토리에 담겨 있는 파워를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건국사를 전담하는 자들은 그 신화를 꾸며서라도 백성들에게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리더에게는 그만큼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직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이란 꿈과 감성이 버무려진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리더만의 힘을 말하는 것이다.

 

5장 욕망은 결코 포화되지 않는 시장이라는 부제를 지니고 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하나를 갖게 되면 다른 하나가 그때부터 눈에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생성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제품을 사장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원리의 가장 원시적인 결론을 이 욕망이라는 장에서 찾을 수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그 기업만의 감성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주입을 시키고자 노력하는 바도 바로 이 하나의 결론을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욕망을 표현하기 위한 기업의 준비는 이미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매체에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6장 유혹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국민들을 유혹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난 나폴레옹과 에바 페론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폴레옹은 "권력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남자처럼 명령을 내리는 대신 여자처럼 유혹한다"고 한다. 프랑스 국민의 피폐해져 있는 마음을 달래서 유럽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 주무른 이유가 바로 유혹이라는 자신의 매력을 십분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페론의 유혹의 기술은 어떤가. 그녀는 남편 후안보다도 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한 여인이었다. 암으로 죽기 전까지 그녀가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남긴 사랑의 메시지는 바로 '죽음마저 넘어선 운명적인 유혹'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정치가이자, 그녀만의 성스러운 유혹이 아르헨티나라는 한 국가를 삼켰기에 그녀를 그리워하고 그녀를 성녀로 지칭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7장은 매너를 다룬다. 리더라면 갖추어야 할 매너는 사실 정해져 있는 것 없다. 물론 정해진 규칙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하나의 매뉴얼에 불과하다. 그 틀을 깨고서 원칙이 분명할 때 보다 유연해질 수 있는 자신만의 매너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매너는 배려다. 매너는 관계에 대한 감수성이다, 라고 이야기할 때 역지사지, 즉 입장을 바뀌 생각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매너의 기본이라 하겠다.

 

8장은 전쟁을 다룬다. 그리고 가장 마초적이고도 남성지배적인 색깔을 담고 있는 장이 바로 8장이다. 2차대전을 관통하던 4명의 nineteen stars, 조지 마셜, 더글라스 맥아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조지 패튼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하며 전쟁을 지휘하는 명장들이 현재 리더는 어떤 훌륭한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들이 전쟁을 지휘하던 인물들이라 무조건 힘과 전략으로만 밀어붙였을 거라는 착각은 접는 게 좋다. 그들 4명에게서는 때로는 전우와 같은, 때로는 장군과 같은, 때로는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전쟁은 단순하게 힘과 전략만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에 승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9장은 모험을 다룬다. 그러면서 역사상 위대하다고 알려져 있는 3명의 남극탐험대 중 아문센, 스콧이 아닌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 이루어낸 사투, 635일간의 죽음을 넘나드는 탐험일지를 공개한다. 그 누구도 이탈하지 않고서 섀클턴의 리더십을 따르며, 결국엔 남극점을 밟지는 못하였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극한의 무한도전을 성실하게 수행해낸 진정한 리더, 섀클턴의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굳이 이 장이 모험을 다룬다고 주장하지 않더라도 섀클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정답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그 이야기는 보고 또 보더라도 감동적이다.

 

10장은 다시금 역사로 돌아온다. 1장에서는 중국의 역사를 다루었다면 10장에서는 로마의 역사를 다룬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만큼 돌고도는 역사의 순환고리는 분명히 알게 모르게 찾아든다. 그 지점을 알아내어 대처하는 자만이 새로운 역사를 쓰는 위인으로서 훗날 평가받는 것이다. 로마는 분명 재기할 기회가 수없이 많았음에도 그 결정적인 고리를 찾지 못하여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한 기업의 리더로서의 덕망과 지혜, 놓치지 않고 발견할 수 있는 안목들은 그냥 갖출 수 없는 엄청난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10장이 마무리된다. 길고 긴 이야기들 같지만 한 번쯤 읽어보고 두 번째 곱씹어보며 세 번째 기업 및 국가 건설을 위해 접목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설레임과 가슴 벅참은 2권을 찾게 하는 요소로 자리한다. 우리 시대 진정한 컨텐츠 크리에이터 정진홍 박사가 한 줄 한 줄 써서 만들어낸 이 책은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뛰어 넘어 <인문경영의 숲에서 기업의 미래를 만나다>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로 현장 지향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만의 책이 결코 아니다. 직장인들, 학생, 심지어 의식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SERICEO에서 왜 이 책을 휴가철 CEO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세상의 누구라도 CEO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하게 CEO들이 읽어야 할 책만이 아닌 나라도 당장에 읽어야 할 책이다. 한 권 구입해서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해서 읽게 되는 집념을 가져보길 바란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는 지극히 대중친화적이지만 그 이면에 담겨 있는 의미는 나만이 가져갈 수 있는 지혜라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