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트로스트
로날트 히파르트 지음, 안상임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극히도 당당하다. 주인공의 당당함이 아주 그냥 뼛속까지 사무쳐 뻔뻔함으로까지 보일 정도지만, 요리가 빚어내는 텍스트의 향연은 머릿속으로의 상상을 뛰어넘어 콧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그만큼 유럽 요리에 대한 묘사는 신나고도 가슴 설레게 한다.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내가 직접 요리를 하고 있는 유럽 최고의 셰프인듯 살금살금 그 유혹속으로 빠져버린다.




일류 요리사라고 자칭 타칭 확신하고 있는 그는 바로 트로스트. 모차르트에게 살리에르가 있었기에 더욱 빛났으며 주몽에게 대소가 있었기에 더욱 위대했던 것처럼 그에게도 바로 라뤼가 역시나 기다리고 있다. 서로 불편해 할 정도로 라이벌이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주인공이자 일류 요리사 트로스트에게는 촬영을 위해 찾아온 사세토 성에서의 온갖 사건들이 더 신경쓰인다. 식재료 조달불가, 요부의 유혹, 초대손님 스캔들까지 참으로 인생 가지가지 한다. 그냥 요리나 신경쓰고 싶은데, 그래서 라뤼에게 본때나 보여주고 싶은데 그것은 뒷전이다 보니 음식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게 뻔하다. 그거 먹어봐야 뭐하겠나 싶지만, 텍스트로 풀어낸 맛은 침을 꼴깍 삼키지 않으면 다음 장을 넘길 수 없을 만큼 매력 그 자체다.




목차에 쓰여 있듯이 쓴맛, 짠맛, 단맛, 신맛에 이어 비누맛, 피맛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기묘한 맛들이 혀끝을 혼미케 하다가 결국엔 장난판에 산통 다 깨지는 일주일의 향연을 최고의 요리를 뽑아내는 귀중한 시간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버린다. 상당히 놀라운 맛의 오케스트라, 거기에 창조성을 발휘한 참다운 셰프로서의 프로의식까지 버무려져 또 다른 맛을 내는 이 책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정말 푸드 시크릿이 숨어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한 숟갈 한 숟갈 더 떠먹다 감질 맛나서 한 모금에 후루룩 마셔버릴 것 같은 맛깔나는 문체뿐 아니라 상황의 연속을 보고 있자니 왜 이 책이 일본의 《미스터 초밥왕》 한국의 《식객》에 비유하는지 이해가 간다. 무엇보다도 신기하지 않은가. 단순한 프랑스 요리가 아닌 다국적 유럽 퓨전 요리의 총집합이니 말이다. 침 닦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만 그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입 안 가득 살살 혀끝을 돌리면서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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