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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사람을 죽일 때 - 미시마 유키오 미스터리 단편선
미시마 유키오 지음, 심지애 옮김 / 북로드 / 2026년 4월
평점 :
🌹 죽음보다 눈부신, 혹은 죽음을 부르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평소 미시마 유키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금각사>의 그 압도적인 미학일 것입니다. 타오르는 금각의 아름다움을 견디지 못해 그것을 파괴함으로써 소유하려 했던 집착 말이죠. 작가는 일본 탐미주의의 정점에 서서, 단순히 예쁜 것이 아니라 파멸과 맞닿아 있는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평생에 걸쳐 노래했습니다.
이번 신작이자 미스터리 단편선인 <아름다움이 사람을 죽일 때>는 그런 그의 미학이 아주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일상의 틈새를 파고드는 느낌을 줍니다.
1. 작가 미시마 유키오: 탐미와 파멸의 경계에 선 관찰자
미시마 유키오는 탐미주의의 거장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집니다. 그는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아름다움이 인간의 도덕적 결함이나 어두운 욕망과 충돌할 때 발생하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포착하는 데 천재적이었습니다.
그는 생전 "죽음을 겁낸다는 것은 꽉 찬 인생살이를 방해하는 생각일 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삶과 죽음, 그리고 매개체로서의 미학에 집착했죠.
2. 이전 작품들과의 연결: 이 작품의 의의
ㅡ <금각사>(1956)와 <우국>(1961) 사이: <금각사>가 거대한 관념적 아름다움에 의한 파멸을 다뤘다면, 이 단편선에 실린 '불꽃놀이'나 '아침의 순애' 같은 작품들은 그 미학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미스터리의 영역으로 끌어내립니다.
ㅡ 미스터리 장르의 변주: 그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처럼 인간의 심리적 심연을 파헤치면서도, 특유의 화려한 문체로 어둠조차 탐미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책은 미시마가 단순히 '죽음 찬미자'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질투, 음모, 배신 같은 추한 감정들조차 어떻게 아름다움이라는 옷을 입고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 우리는 과연 아름다움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
책장을 덮고 나니 서늘한 한기가 느껴집니다. 분명 책의 표지는 매혹적인 보랏빛과 강렬한 붉은 꽃으로 가득한데, 그 속의 문장들은 독약처럼 서서히 몸속으로 퍼져나가는 기분이었어요.
이번 선집에 실린 12편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속도감이 대단합니다. 5분, 10분이면 한 편을 뚝딱 읽어내려가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한 인간의 일생이 무너지거나 평생 숨겨온 비밀이 발가벗겨집니다.
'불꽃놀이'를 읽을 때는 축제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권력의 기괴한 제안에 숨이 막혔고,
'아침의 순애'에서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중년 부부의 모습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기괴해질 수 있는지 목격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미시마는 독자에게 완결된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지독하게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불안과 여운을 남기죠. "아름다움이 사람을 구원한다"는 흔한 위로 대신, 그는 "아름다움이 너를 죽일 수도 있다"고 서늘하게 경고합니다.
탐미주의의 끝에서 미시마가 발견한 것은 결국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어둠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어둠조차도 그에게는 가장 빛나는 예술의 재료였을까요?
한 줄 평: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의 가장 우아한 살인 고발서
추천 대상: 탐미주의 문학의 정수를 맛보고 싶은 분, 짧지만 강렬한 심리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분
이 책은 <금각사> 같은 그의 굵직한 장편을 읽기 전,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에 발을 들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