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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흑해>
지은이 : 찰스 킹
출판사 : 사계절
🥇 각 장의 제목부터 이미 세계사 : 구성의 맛 ✒️
이 책은 구성이 은근히 멋이 있어. 2장부터 6장까지 장 제목을 당대 흑해를 지배한 세력의 언어로 붙여서 “흑해는 단일 정체성이 아니라 시대마다 다른 중심 무대”였다는 걸 형식으로 증명해버린다는 거지.
ㅡ Pontus Euxinus(고대)
ㅡ Mare Maggiore(중세)
ㅡ Kara Deniz(오스만)
ㅡ Chernoe More(러시아 제국)
ㅡ Black Sea(근현대)
🥈 뉴스가 되기 전의 역사 🧭
이 책이 요즘 시기에 꼭 필요한 이유는, 흑해가 더는 교과서 속 바다가 아니라 현실의 충돌 지대이기 때문이야.
2014년 크림반도 합병,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흑해가 격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어 갔으니까.
이후 흑해는 에너지 공급, 곡물 해상 운송, 군사적 긴장 같은 국제 현안의 주 무대가 되었고 그 파장이 전 세계(한국 포함)의 식량·에너지 안보와 직결되지.
🥉 국가 대신 사람이 전면에 🎭
민족/국가 중심 서술에서 한 발 물러나, 도시·상인·이주·강제이동·희생자들까지 시야에 넣는다는 점이 이 책의 묵직한 미덕. “누가 국기를 꽂았나”보다 “누가 떠밀려 흘러갔나”를 계속 보게 된다는 점에서 묵직함이 있지.
흑해는 늘 ‘끝’ 취급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역사가 시작되고 연결되는 장소였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는 흑해를 더 이상 지도 위의 검은 웅덩이로 보지 못하게 된다. 바다는 국경의 끝이 아니라 사람들이 건너고, 머물고, 떠밀려간 시간의 통로였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흑해>가 주는 가장 큰 감상은 “역사는 거대한 제국의 연대기가 아니라, 반복되는 이동과 선택의 기록”이라는 깨달음이다. 책 속에서 흑해는 한 번도 고요했던 적이 없다. 그 위를 오간 것은 군함만이 아니라 상인, 난민, 순례자, 노예, 그리고 이름 없이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독자는 이 흐름을 따라가며 세계사가 추상적 서사가 아니라 살과 체온을 가진 이야기였음을 체감한다.
또 하나의 가치는 시야의 확장이다. 우리는 보통 세계를 중심과 주변으로 나누지만, 이 책은 그 구도를 무너뜨린다. 주변이라 여겼던 바다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세계를 연결해온 중심이었다는 사실은 오늘의 뉴스와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바꿔놓는다. 지금 벌어지는 충돌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래된 역사적 층위 위에서 되풀이되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덮을 때 남는 감정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다. 독자는 세계를 조금 더 복잡하게, 그러나 조금 더 정직하게 바라보는 감각을 얻게 된다. 흑해는 더 이상 먼 바다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현재와 조용히 이어진, 오래된 이야기의 물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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