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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이은선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영화기자라는 타이틀이 선사했을 더없이 커다란 무거움. 그 무거움을 털어내고자 했을 저자의 마음과는 다르게 일반인들, 특히나 영화 마니아에게는 더없이 동경의 위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이 싫다면 어쩌랴. 이러한 마음가짐을 여유롭게 담아내는 책이 바로 이은선 작가의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이다.
다른 무거운 기분에 상관없이 여유를 갖고서 하루를 시작하고, 그 여유를 품에 안고서 힐링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며 때로는 따듯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또 그 하루가 존재함에 감사하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나 역시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제적인 현실의 압박이 다가올 때는 다시금 직장생활의 안정화를 기웃거리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유라는 단어를 생각해볼 때 역시나 그러한 순간들이 존재하기에 나는 충분히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 부, 부자, 주식, 재테크, 부동산, 투기, 비트코인, 블록체인 이렇게 그 어느 때보다 벼락부자의 길만이 인생의 최고 목표점이 되어버리고 있는 요즈음 그에 역행하는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그래서 고맙다. 숨이 막혀 턱밑까지 올라오는 호흡 곤란을 이 글들을 통해서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다. 편의점에서 혜자로운 5~6천 원대 도시락을 먹어도 나의 마음이 천국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러한 행복에 이르는 길로 나를 이끌어주는 책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