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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평전
박현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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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아름다운 군주이자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인 군주였던 정조. 세종이랑 비교가 되지만 세종과는 다른 삶의 영역 속에서 자신을 계속적으로 다스려야 했던 비운의 주인공이자 아픔의 아이콘. 이러한 설명들로 그를 정의내릴 수 있겠다.
제 눈으로 아버지의 참혹한 죽음을 목격하고, 그 아버지를 죽인 할아버지의 대를 이을 수밖에 없었던 슬픔의 군주이자 숱한 정적들의 감시와 박해 속에서 자신을 다스려야 했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게 되는 절망도 같이 느껴야 했다. 더불어 한 나라의 아버지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에 대한 연민까지 엿볼 수 있었다.
박현모 작가의 <정조 평전>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가슴 뛰는 설렘을 첫 페이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팩트와 설명이 방대한데도 전혀 지겹지 않고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보고 곱씹어 보게 되는 책이었다.
물론 역사서를 좋아하지만 그렇게까지 감동의 대물결 속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누렸던 것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이다. 여하튼 이러한 기회를 준 이 책에 무엇보다 감사함을 갖는다.
이 책은 크게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정조 재위 24년의 주요 사건과 그에 대한 정조의 대응을 이야기한다. 2장은 어린 시절 감수성이 풍부했던 정조의 인간적 면모,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살핀다. 3장은 즉위한 정조가 영조로부터 물려받은 무거운 유산, 즉 사도세자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 알아보며 4장은 규장각을 활용하는 정조의 지식 경영 리더십 및 18세기 지식인들의 지식 정보 네트워크에 대해 살핀다. 5장은 정조가 발휘한 대통합의 리더십, 즉 탕평 정치의 본질에 대해 알아본다. 6장에서는 경제 분야의 신해통공 조치와 군사 분야의 장용영 창설 과정 등 정조가 계획하고 추진한 일련의 개혁조치들에 대해 경장(更張)의 정치라는 관점에서고찰하며 7장에서는 복합적인 개혁 프로젝트인 수원 화성 건설을 디자인 경영 측면에서 고찰한다. 8장에서는 천주교의 확산과 조정의 대응 방식을 살피며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정조 시대의 대외 관계를 다룬다.
책속에서
정조는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자기 관리에 엄격했다. 행장을 보면 정조는 네 살 때부터 <소학>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며” 날이 밝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 빗고 독서를 시작했다. 혜경궁이 그의 독서열이 지나친 것을 염려해 “너무 일찍 일어나지 말라”라고 타이르자 정조는 “그때부터는 남이 모르게 등불을 가리고 세수하곤 했다”라고 한다. - p41
김치인은 정조 12년 ‘득의의 탕평’에서 노론의 입장을 대표하면서 왕의 신임을 얻었다. 당시 정조는 영의정에 노론의 김치인, 좌의정에 소론의 이성원, 우의정에 남인의 채제공을 임명하면서 “당목이 있은 이래로 삼상이 오늘과 같은 적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일 듯하다. 그러므로 이번 일로 나는 자부하는 기색이 있다”라고 말했다. - 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