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배받지 않는다
마리아 자이데만 지음, 주정립 옮김 / 푸른나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로자 룩셈부르크와 레오 요기헤스>

로자와 관련한 책들이 최근 몇년 사이에 제법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그녀의 정치적 저작들이 소개되었지만, 최근에 출간된 책들은 대부분 그녀의 정치적 저작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시류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일입니다.

시류를 거스르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책을 손에 쥔 것이 책 자체의 매력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귀에 익은 역자의 이름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입니다.

'주정립'. 그리 이름이 알려진 분은 아닙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불과 몇 해 전에 한국으로 돌아온 분입니다.

한 다리를 건너 그 분의 이름을 여러번 들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독일에서 맑스를 공부한 몇 안되는 분들 중 하나입니다. 맑스엥겔스 전집을 통째로 꿰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한 번 만나뵙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만나뵙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연인이었던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독립적인 두 사람의 전기적 요소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로자와 요기헤스가 느꼈을 법한 감정들을 소설적 필치로 그려내고 있어서 보는 이에 따라 상반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자인 자이데만에 대한 정보가 책에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이 책 앞부분에는 로자와 평생 우정을 나누었던 루이제 카우츠키의 회고록도 실려 있습니다. 로자는 칼 카우츠키와 정치적으로 결별한 뒤에도 루이제와의 우정은 이어갔습니다.

로자의 일대기와 그녀의 사상에 대해 개괄적으로 알고싶은 분들에게는 파울 프뢸리히가 쓴 <로자 룩셈부르크의 생애와 사상>을 권하는 편입니다. 아주 오래전 것으로는 석탑에서 나온 것이 있고, 2000년에 책갈피에서 다시 펴낸 것이 있습니다. 로자의 섬세한 감정들이 담긴 편지들을 선별해서 모은 책도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 로자 룩셈부르크>(예담)이 그것입니다.

한국에 소개된 로자의 저작들 중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 <대중파업론>과 함께 <러시아 혁명에 대하여> 정도는 분량도 많지 않고 비교적 읽기 쉬운 것들이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마지막 것은 아주 오래전에 문고판으로 나온 것도 있는데, 지금은 절판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여유가 되시면 자발성 혹은 자생성을 둘러싼 로자와 레닌의 논쟁에 관한 논문들도 읽어 볼만 합니다.

그런데, 로자의 저작들이 한국에 제대로 소개될 날은 언제일까요. <자본축적>같은 핵심 저작들도 아직 번역본이 없습니다. 박종철출판사에서 <로자저작선집>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꽤 되었는데, 진척이 무척 느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로자의 저작들이 제대로 출간된다한들 이것이 몇몇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에 머문다면 출간의 의미는 퇴색해버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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