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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보다 끊기 - 성장보다 성숙이 필요한 당신에게
유영만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6월
평점 :

어릴적 미국 서부 6개주를 10여일 동안 목적지도 없이 발길 닿는대로 여행을 다녀온적이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았던 시절. 참으로 용기 하나만은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시절이었다.
경제적 독립을 일찌감치 했던, 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았던 시절이라 도심에서 살짝 멀리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어느날 숙소 풀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데, 크지 않던 아담한 풀이지만 수심은 1미터부터 3미터까지 급경사를보이던 곳이었다.
수심이 갑자기 깊어졌다는 느낌에 평정심을 잃고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살려고 발버둥치면서도 살려달라는 그 한마디 ‘Help me’가 입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한참을 허우적거리다가 ’그래!!! 바닥까지 내려가서 박차고 올라오자!‘라는 생각으로 허우적을 멈추고 내려갔다. 수영장 바닥이 발에 닿는 순간 개구리가 도약하듯이 깊이 움츠렸다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평정심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그 짧은 시간동안 나의 심리적 변화는 장편소설처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다시 찾은 평정심에 여유롭게 다시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띠지에 쓰여있는 ‘지금, 낯선 위기 앞에서 절실한 것은 간신히 절벽에 매달리기보다 과감히 바닥을 치고 다시 솟구치는 힘’이라는 글귀를 보자마자, 살려고 발버둥만 치며 평정심을 잃었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 이후로, 정말 힘들고 지칠때는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용수철을 놓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기회를 만들어 더 높이 솟구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곤 한다.

아직도 허우적대고 도와달라는 말도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 템포씩 쉬어가면서 다시 도약하는 나를 보면 이런게 성숙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걸림돌은 디딤돌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는 걸림돌이지만, 의지의 칼날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람은 걸림돌을 탓하지 않는다. 그것을 디딤돌로 활용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할 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