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당신에게
김수현 지음, Sky Kim 그림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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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고급진 분위기를 풍기며, 항상 진심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대할 듯 할 분위기일것 같은 추측을 살포시 해본다.
본인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게 에세이 아니던가??
다소곳 고급 진정성 단아함 이러한 단어들이 떠오르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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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기의 죽음>
어제는 모기향을 피우고 잠들었는데 손가락이 가려워서 깼다. 내 피를 빨고 한층 흥분한 모기가 얼굴 주위를 뱅뱅 맴돌았다. 어둠 속에서 손을 휘저어 모기를 쫓았다.

모기향을 피우고 방문을 활짝 열어 놓은 것은 모기 너를 죽이겠다는 뜻이 아니었고, 방에서 썩 나가라는 대화였다. 그런데 한 번 내 피를 빨았으면 만족 해야 하거늘 더 많은 것을 빼앗으리라 맘먹은 네 놈은 탐욕의 화신이었다.  더 이상 대화는 없다. 더듬어서 테니스 모기채를 집어 들었다. 최신 전자모기채는 늘 침대 옆에 수호신처럼 있었다.

어둠 속 전쟁에서 굳이 앵~~ 소리를 내는 어리석은 놈은 세상천지에 너밖에 없을 것이다. 내 아무리 테니스를 못쳐도 청각만을 의지하여 채를 휘둘렸다. 잘 피해서 도망갔던 네놈이 다시 앵~~ 다가왔고, 그때 불꽃놀이 화약 터지듯 따따따따~~~. 그 소리가 어찌 그리 청명하던지 옆방에서 작업하던 아들놈까지 ‘할렐루야!’를 외쳤다.

네놈이 자초한 화형식이 나는 슬프지 않다. 너는 교만했고, 욕심으로 지혜를 잃었다. 방문은 열려있었고, 네놈은 후퇴하여 새 날을 기약해야 했거늘.

은밀하게 남의 귀한 것을 빼앗아가는 악한 것들이 세상에는 많단다. 그에 비하면 앵~ 소리 없이는 공격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의 너! 드높은 하늘은 날아보지도 못하고 수백 번의 날갯짓에 고작 나의 콧바람 언저리를 맴도는 너는 가련하다 여기다가도 단잠을 자다가 피를 빨리는 자의 입장이란 게 있단다. 너희들 세상에서는 죽을지언정 달려드는 네놈이 아무 짓도 안하고 굶어 죽는 놈보다 우월한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네놈의 죽음 앞에서 기쁨이 밀려들어 꿀잠에 빠졌다. 억울하면 네놈을 유혹한 틈새 벌어진 낡은 새시와 구멍 난 모기장을 원망하거라. -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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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잔잔하게 느끼고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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