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소설은 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한강의 시는 냉철한 관찰에서 비롯한 삶에 대한 직시다.그래서 아름답기보다 가슴을 찌른다.1993년에 시인으로 등단한 한강이 거의 20년 만에 묶는 첫 시집이라고 한다.그녀의 시는 ‘침묵의 그림에 육박하기 위해 피 흘리는 언어들이 있다‘고 뒷면에 해설되어 있다.절제의 언어들, 무수히 지우고 수정했을 문장들,결코 삶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결의를 외치는 듯 하다.‘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이제 괜찮아.‘그렇게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위로한다.
남을 배려하고 적응하려는 사회적 ‘나‘에서 자신이 가진 진짜 ‘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내 안의 힘든 것들을 꼭 세상과 모조리 나눌 필요는 없으며 언제든 나 자신과 대화할 여지는 어느 정도 남겨두어야 하나보다. 그렇게 스스로와 대화를 하게 되더라도 또 어떤 것들은 구태여 끄집어내지 않고 내 안 어딘가에 그대로 둔 채 공생해가는 것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지.˝
제목에 이끌려 고른 책이다.역시 그랬다.‘바람이 되는 것‘‘나무에서 배워야 할 것‘‘형태와 형태 아닌 것‘‘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모든 그릇들에는 작은 세계 하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어 있다.‘침묵을 통해서 말하는 법과사물에 대한 이해와 뛰어난 관찰력으로예술가다운 면모를 보여준다.독일인 마이스터에게서 나무 다루는 법을 배우며 조각을 공부했을 때 좋은 목수는 되지 못했지만그들의 깐깐함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고 작가는 술회한다.˝세상에 남아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오래 기억해야 할 것과 빨리 잊어야 할 것의 경계를 정하는 자의 고독과 근심을 이해할 수는 있다. 다만 버려지고 사라지는 쪽에 나의 시선이 더 많이 머무는 점이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