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근현대사를 서술한 '유럽'을 읽는 독자라면 무려 1000여쪽 달하는 양장본 2권의 방대한 분량에 놀라고 유럽의 패권역사를 놓고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얽히고 섥힌 정치적 함수관계와 방정식에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될것이다. '중부유럽을 장악했던 국가가 유럽을 지배했고, 유럽을 지배했던 국가가 궁극적으로 세계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었다'(p25) 흔히 사람들은 유럽은 중심은 어디라고 생각할까? 책에서는 '중부유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바로 그 곳은 우리에게 축구의 나라, 명품 자동차의 나라, 제1,2차 세계대전의 중심지.... '독일'지역이다. 혹자는 과거 전세계 식민지를 건설했던 대영제국 영국이나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아닐까 아님 고대 로마제국의 중심지 였던 이탈리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저자는 중세시대로의 역사여행을 통해 왜 독일이 유럽의 중심이었고 열강들은 이 중부유럽을 차지하기위해 또는 세력을 확장하기위해 그토록 많은 사건과 전쟁을 벌인 이유를 철저히 고증한다. 여기엔 전혀 개인적인 추리나 소설적 허구성이 없어보인다. 단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면서 독자들에게 판단하도록 객관성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다.
유럽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고대 로마제국이후 동.서로마 제국으로 양분되고 서로마제국은 게르만족에게 정복당하면서 동로마 제국만이 1453년 오스마제국(이슬람권)에게 함락 당하기 전까지 로마제국의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이후, 게르만 족들은 고대로마제국과 분열된 동.서로마제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기위해 동로마제국에 '비잔틴제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동로마제국 마저 이슬람 세력인 오스만 투르크제국에 멸망당한 후 유럽은 이제 신성로마제국(게르만족이 점령한 서로마제국의 영토)를 중심으로 각 제후국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조그마한 땅 덩어리 유럽지역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또는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부유럽지역(독일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거나 장악해야 만 한다는 사실을 유럽의 국가들은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위해 끈임없이 협력과 동맹 그리고 전쟁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생존 경쟁을 무려 500여년 동안이나 해 오면서 유럽지역의 정치, 경제,사회, 문화는 발전을 거듭하고 각종 제도들도 보편적이고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민주정치에 입각한 근대 정치,사회 제도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한다. 책은 유럽의 근,현대사에 일어난 모든 역사적 사건들을 망라한다. 예를들면 헨리8 세는 카톨릭과의 갈등 및 결별 한 이후 종교개혁을 단행하면서 영국의 성공회라는 신교를 만든 이유가...궁극적으로 독일지역에 있는 '신성로마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에 있었단다.
흥미로운 부분은 유럽의 신대륙 항해의 목적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기존의 상식과는 꾀나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이 오스만제국(이슬람 세력)에게 함락되자 위협을 느낀 유럽의 각국들은 오스만을 후방에서 공격하기 위해 신대륙 발견에 나섰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 까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역시 궁국적으로 독일의 세력확대를 막거나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고립의 사슬을 끊고 유럽을 자신들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 놓으려는 각 국가간의 치열한 세력대결의 산물이다. 마르크스주의자 '레닌'의 공산혁명(볼셰비키혁명)의 성공의 기원도 여기서 유래한다. 1차대전시 독일은 연합국의 일원이었던 러시아와의 동부전선에서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 레닌의 러시아내에서의 사회주의혁명을 지지하고 지원하게 된다. 이밖에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지역의 국가건설도 결과적으로 유럽의 패권을 차지하거나 이권을 지키기위해 또는 세력균형을 목적으로 계획되어진 사건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 책을 읽고나서 느낀점 가운데 하나는 '역사', 아니 유럽의 역사는 각국의 영토확대나 세력확장 및 수호를 위해서 얽히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인 갈등과 비극적인 전쟁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원던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원인을 들여다 보면 발칸지역(사라예보)에서 벌어진 오스트리아 황제의 암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고 단순하게 씌어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왜 1차대전이 발생 되었는지 원인과 배경을 철저하게 알 수 있었다. 때는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으로 강대국의 속박에 묶여있던 군소 민족이나 국가들은 독립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발칸지역의 국가들은 발칸 전쟁으로 오스만이 패퇴하면서 권력의 공백상태를 활용해 독립에 대한 열의를 높혀가고 있었다. 연합국(영국,프랑스,미국,러시아)은 독일제국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의 끈을 강화하였고 연합국의 고립의 사슬을 끊고 주변국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유럽을 통제하기위한 독일동맹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역시 '전쟁에 대비해 방위비를 늘리고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었던 상황'속에서 독일의 동맹국이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은 발칸지역의 독립을 원치 않고 있던 터에 오스트리아 황제 왕위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1차세계대전은 바로 이러한 암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중부유럽의 세력팽창을 저지하기위한 연합국과 독일동맹세력과(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대결로 빚어진 비극적인 패권쟁탈 전쟁이었던 것이다.
'유럽'은 한번읽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책이다...그리고 한번에 다 이해 할 수 없을정도로 많은 사건들을 시대별로 정리를 해놓은 정통 역사서이다. 침대옆에 두면서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면 새록새록 세계사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만끽 할 수 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