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평점 :
언제나 그렇듯이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어렵다 하지만 놀라운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언어적 재능이 굉장히 뛰어나다. A라는 사건이 있다면 이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많고 방대한 예를 돌려 제시한다. 그래서 어떤 독자들은 어렵고 따분하게도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번 글을 곱씹으면 반복해서 읽어내려간다면 왜 움베르토 에코의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를 알 수있다. 바로 그많이 가지고 있는 언어적 통찰력을 가미한 분석과 추리가 그많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적 을 말하다' ..책 제목을 봐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을 말 하려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함이 일어날 것이다. 개인을 비롯해서 국가나 민족에겐 '적'이란 상대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옛날부터 일본의 침략행위로 인해 많은 괴롭힘을 받아와서 그런지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하다. 자연 발생적으로 다시말해 물리적인 충돌이나 피해가 발생하면서 생기는 자연 발생적인 적이 일반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피해를 주거나 '나'에대한 험담을 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하는 상대에 대해서 호의적일 수 없다. '적'이되는것이다. 이렇게 어떤 사건의 인과 관계에 따라서 개인이나 국가에게 적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 발생적으로 생기는 적이 있는가 하면 인위 적으로 적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개인적인 상황에서 발생하기보다는 어떤 집단이나 민족 사회가 자신들의 생각이나 철학 신앙..또는 집단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그리고 에코가 말했듯이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서 또는 가치 체계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인위적을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로 움베르토 에코는이점에 대해 집요하게 분석하고 파고든다.
예를 들어 고대나 중세 서양에서는 '여자'에 대한 편견이 극에 달했다. '여자는 불완전한 동물이고,수많은 불쾌한 격정에 흔들리며, 논리적인 사고는 고사하고 생각하는것도 끔찍하게 싫어한다....그녀보다 깨끗하지 않은 동물은 그 어디에도 없다"이처럼 에코는 중세나 고대시대의 도덕주의자들이 바울 사도의 신념을 강조하기위해 또는 기독교 신앙에서 뱀의 유혹에 넘어간 여자를 경멸하고 순진한 남자를 꼬득인 '여자'를 남자의 적으로 간주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분석한다.
이밖에 중세시대에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혀서 죽인 '유태인'에대한 카톨릭 성직자나 기독교인들의 적개심을 정당화 하거나 그들을 적으로 돌리기 위한 중세부터 시작된 비난과 비하는 끔찍하기 까지 하다못해 광기마져 느껴진다. 특히 종교적인 이질감이나 서구 유럽 사람들의 이방인에 대한 적개심을 묘사한 글들을 에코는 소개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과거 유럽인들의 야만성과 광기에 소름을 돋게 만든다. 적어도 18세기 전만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스마트하고 럭셔리하고 지능높은 우월한 서양인들의 모습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들만의 신앙의 정당성이나 도덕적 우월감을 표현하고 내부결속이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적'을 양산해 내는 것이다.
꼭 이것이 신앙에 국한된 문제는아닐듯 싶다. 우리나라도 그런일들이 비일비재 하지 않는가! 독재정권 시절이나 지금도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린다. 그리고 그들의 사사로운 것까지 뒷조사해서 언론에 흘려 마치 그들이 북한과 연계되있는 것처럼 공론화 시키고 여론을 주도하면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매장시키려 한다. 그것이 정당한 비판일 지라도 여론몰이를 해서 반대파를 정치적으로 제거해버린다. 한번 종북딱지가 붙어버린 세력은 그 사실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떠나서 국민들의 인식에 종북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지게되어 지지를 철회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식으로 '적'을 양산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해먹고 권력에 기생하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흥미로운 대목가운데 또하나는 '검열과 침묵' 부분이다. 최근들어 우리나라도 이 문제로 나라가 씨끄럽지만....과거 군사독재 정권시절 자행했던 언론에 대한 검열이나 사상검열을 하는데있어 어떻게 정권이 교묘하게 언론을 이용하면서 여론을 환기시키고 국민들의 시선을 어떤식으로 돌려 독재자들에게 불편하거나 정권에 적대적인 일들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지를 분석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있다.
나에게 움베르토 에코의 책은 항상 '어렵다' 그러나 '날카롭고' '교훈적이고' ' 생산적이다' 그 점이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읽는 재미와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