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강 탐구하기 - 프랑수아즈 사강의 불꽃같은 삶과 문학
마리 도미니크 르비에브르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사강에 관한 소설이 아니다,
사강이라는 나라에 대한 기나긴 여행기다.

 

단지 출판사서평의 이문구만 읽고, 이 책이 덜컥 궁금해졌다. 프랑수아즈 사강, 그녀는 어떤 인물인가? 아쉽게도 그녀의 작품은 한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한 인물을 알려면, 그 인물에 관련된 무엇인가를 알아야지 더 잘 알 수 있는 법인데, 그부분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좀 아쉬웠다. 많이 거론되고 있는 <슬픔이여 안녕>을 읽었다면, 이 책을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프랑수아즈 사강, 그녀의 일대기를 한 사람이 그녀와 가까이 지냈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를 평가하고, 그의 문학을 평가하는 글이었다. 어릴적, 위인전은 많이 읽어보았지만 이런 글은 처음이어서 처음엔 읽기 좀 어색했다. 사강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다.

 

 

 

글쓰기에 삶을 바치기보다는 사강처럼 살기를 바랐다. 작가, 그것은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사람을 흥분시키는 열정적이고 극단적이며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었다. 요컨대 진정한 삶. 그녀처럼 책을 쓰는 것은 쉬워보였다.

 

 

타자기 앞에 있는 사강의 사진을 넣은 기사가 '『슬픔이여 안녕』은 열여덟살 난 콜레트를 연상시킨다'라는 제목으로 '피플'난에 실렸다. '문학'난이 아니라 '피플'난이었다.

 

 

남의 뜻을 억지로 따르기 싫어했던 사강은 -

 

 

린아이,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린아이로 머물렀습니다.

 

 

사강은 규칙에 순응하지 않는 전능한 청춘의 선구자였습니다.

 

 

사강이 추구한 주제는 사랑이 아니라, 공유되지 않은 사랑, 다시 말해 외로움이다. 사강의 등장인물에게 절대적 불행은 혼자 잠드는 것이다.

 

 

지성은 그녀가 하는 짤막한 말들에서 나왔어요. 그녀는 기지로 영향력을 행사했어요. 또 자시느이 자유, 존재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했죠. 그녀는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겼어요.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고, 모두들 그녀처럼 살기를 원했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강이라는 인물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좋은 집안, 위대한 작가 출신에 솔직당당한 성격?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악동? 어린시절엔 작은 여왕? 자신의 상황을 소설 속에 표현한 작가? 그녀의 삶, 그녀의 분별없는 행동들...

 

 

보통 이런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책들을 보면 교훈적이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의미부여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불꽃같던 삶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강 본인이 직접 쓴 글이 아닌 사강과 함께 세월을 보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보니 그럴지도 모른다. 읽으며 든 생각은, 그녀는 그냥 그 시절 한 작가는 아니었다. 그 시대의 반항을 일으킨 이슈메이커같다고 할까? 난해할듯 하지만 그녀의 책들이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쿠니가오리 작가를 떠올리면, 잔잔한 느낌이 생각난다. 그녀의 작품 중 <소란한 보통날>, 그 제목처럼 소란할법한 것도 잔잔히, 그냥 그렇게 보여준다. 그런 그녀의 이번 작품은 <수박 향기>, 여름하면 생각나는 수박, 많이 먹게되는 수박, 그런데 수박향기는 모르겠다. 어떤 향기가 나는지. 그저 그 빨간 속을 보고 있노라면 시원해지는 느낌? 여름=수박이라는 생각 그 뿐. 그래서 수박향기를 읽으며, 여름의 향기를 떠올려보기로 했다. 불가사의한 여름, 사소할법한 일이지만 선명하게 기억나는 그때의 이야기들이 모여있다.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은 분량에 11명의 소녀들의 차갑고 애처로운 비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에쿠니 가오리가 그린 미스터리한 기억의 조각들이 -

 

매 이야기는 길지 않게,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편씩 읽고 나서 나는 이거 뭐지? 라는 미스터리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짧기 때문에 그것에 숨겨진 이야기, 남은 부분은 내가 추론해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열한편의 이야기 중, 가장 끌리던 제목은 <그림자>였다. 왠지 제목만으로도 미스터리해보이지 않나? M은 내가 어떤 존재였을까? 어딜가든,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 필요할 때(?) 그림자 같이 있는 M, 이니셜로 불러 더 미스터리적인 인물로 남았다. 내게 M 같은 존재가 주변에 있다면, 어떨까? 조금은 무섭지 않을까?

 

열한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주인공인 소녀들은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관심 밖에서 조용히 혼자 있는, 그런 이들이었다. 그랬기에, 어느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왔을 때, 그때의 추억이 지금도 잊지 못하는 미스터리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박향기>에서는 너무도 평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던 내가 하룻밤 거쳐간 집에서, 소중함을 배우고(순간 원효의 해골물이 생각나는건 나뿐일까?), <물의 고리>를 읽으며, 어릴적 추억이 있는 매미소리가 울리는 집에서 어릴적 야마다 타로가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래 매미 소리를 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장미아치>를 보며 나는 외로운 사람이지만, 새로운 사람에게 내가 꿈꾸는 그 이상향의 모습을 내 추억인마냥 보여주고 싶고, 멋진 친구로 남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누군가에게 한 사람에겐 내가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우리들의 보편적인 마음을 미스터리를 통해 보여주는듯했다.

 

무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날, 에쿠니 가오리가 그린 불가사의한 여름이야기, 유독 선명하게 기억나는 11편의 이야기와 함께 하는건 어떨까? 아리송하기도 하지만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담과 에블린 민음사 모던 클래식 57
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은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에서 통일을 이루고 지금은 세계 강호의 나라로 잘 살고 있기에, 다른 나라보다 그 배경면에서 더 공감대를 형성해오는것 같다. 처음 <아담과 에블린>의 줄거리를 보았을 때, 지난번에 읽었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 생각났다. 분단국가의 아픔을 두 소년의 우정으로 담담하게 보여주었던 작품, 이 작품은 사랑이야기이기에,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분단국가인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무엇을지도.

동독이라고 하면, 북한이 생각났고 왠지 못사는 나라였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담에게 동독은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재단사 일을 하면서 여자들을 상대하며 그녀에게 어울리는 옷을 재단해주었고, 로맨티스트이자 바람둥이였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에블린, 대학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었지만 현실 여건은 도와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서독에 가길 원하며, 그의 바람둥이 기질에 질려 40대 중반의 남성이 내미는 손길에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담은 에블린을 쫓아 동독을 떠난다.

 

동독을 떠나 서독으로 가기까지 아담과 에블린은 다투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 개개인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그 속에서 우정과 사랑, 배신과 질투 같은 감정들을, 그들이 가는 장소를 통해 그 시절, 분단국가여서 있었던 장소, 삶들도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뽑으라고 한다면 대화체라는 것이다. 그들은 대화의 연속이고, 나는 그들의 대화를 읽으면서 상황파악을 하고 내용을 이해했다. 대화체여서 좀 더 술술 넘어가기도 했다.

 

아담과 에블린은 고비 끝에 서독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얼마 있지 않아 독일은 통일이 된다. 아담은 동독에서 인정받는 재단사였지만 서독에는 재단사 대신 공장에서 찍어내고 있었고, 그의 존재, 필요한 이유 또한 자연스레 사라져갔다. 화려했던 지난 동독을 그리워하게 되지만, 통일이 되면서 동독이라는 그곳마저 사라져버리게 된다. 에블린, 그리고 서독을 갈망하던 다른 이들은 서독에 가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이 이야기를 보면서 탈북자들이 생각났다. 힘들게 희망을 품고 목숨걸고 탈북을 했지만, 막상 처해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 것일테니까 말이다. 독일의 통일 전, 후의 모습을 통해, 분단국가인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진짜 행복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로움의 온도 - 조진국 산문집
조진국 지음 / 해냄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외로움의 온도는 몇도나 될까? 문득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외로움의 온도는 몇도나 될지 찾아보고 싶었다. 조진국 작가님,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안녕, 프란체스카>로 유명하신 분인데 나는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챙겨보질 못했다. 하지만 제목과 이 책의 북트레일러를 보는 순간, 보고 싶어졌다.

 

프롤로그를 보는데, 아! 이건 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요즘 하루에도 수십번 감정이 왔다갔다 움직이고, 내가 나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 이 책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있었다. 내게 써주는 한장의 편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편 한편, 그 사연과 함께 하는 노랫말들, 세상에 이렇게 좋은 노랫말이 많았나! 이런 노래가 있었나,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들도 참 다양했다. 매 이야기마다 노래가사와 연결짓고는 하지만 그 노래와 함께 하지 못해 좀 아쉬웠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들을 수 있게 QR코드라도 만들어주셨다면 작가님의 말에 같이 공감하고, 느끼며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노래의 감성과 책의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젊음은 한바탕의 서커스다. 곡예를 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조마조마하지만, 통과한 다음에는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서커스다. 그러니 차라리 웃자. 웃다가 다시 울게 되더라도 웃고 있는 동안에는 신나게 웃자

 

이 말이 참 좋았다. 한바탕의 서커스, 표현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열심히 한바탕의 서커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겠지?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한바탕의 서커스를 위해, 외로움보다는 즐거움을 가득 안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외로움의 온도, 그다지 높지 않은게 아닐까? 나 혼자만 높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행복은 결코 '그때'에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에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 지금 나와 같이 있는 이 사람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것들에만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님전 시공 청소년 문학 50
박상률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개님'전이라니 제목이 참 재밌다. 개놈이란 소리는 들어봤어도, 개님이라니... 그리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했것다, ~졌것다 이런 판소리 사설 느낌까지 내 주시니! 이 책 뭔가 느낌이 다르다. '밥값'하며 살아가는 개님이 바라본 우리네 인생이야기, 인간보다 낫다. 인간과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읽으면서 들었다.

이 작품을 읽는데 지난 번에 보았던 창극이 생각났다. 공통점이 있다면 옛것과 현대의 만남? 그래서 뒤에 이 책의 해설에서도 굳이 이 책의 장르를 정해본다면 판소리 아니리조 사설체 형식을 차용한 동화같은 소설이라고 칭하고 있다. 황씨할아버지와 진도개 황구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공존,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그냥 개가 아니라 진도개일까? 진도개는 그냥 평범한 개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따로 훈련받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내가 해야될 일 쯤은 몸속에 익히고 있는 진도개, 교양없이 아무대도 싸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 진돗개라고 하지 않고 진도개라고 하면서 진도의 문화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었다. 진도에선 장례를 치를때 슬픈 장례 속 축제의 난장이 함께 된다. 상여가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은 춤을 춘다. 이는 고구려시대 결혼할 때 단 하나의 혼수로 수의를 해갔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황구네 가족을 아버지가 없는 암놈으로만 구성한 것도 새롭게 느껴진다. 엄마, 여자 - 좀 더 순한 느낌이 들면서도 생활력은 지지 않는 느낌을 풍긴다. 모성애를 느낄 수도 있었다. '개'가 들어간 말들이 이리 많았던가?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다양한 속담들로 말의 재미를 한껏 살려준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는 마지막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을 인간처럼 잘 대해주시던 황씨 할아버지가 떠나고 이제 동물로만 생각하는 할아버지 아들 부부는 노랑이와 누렁이를 팔기로 하고, 이들은 각자의 길로 떠난다. 이들이 떠나니 황구는 어미로써 허하기만 하고, 누렁이는 지방 공연으로 다시 진도에 오게 되어 주인 몰래 황구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그곳 앞에서 쓰러진다. 왜 그랬던 것일까? 이제 곧 자신도 누군가에 어미가 된다는 것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개, 오랜시간 사람들 곁에 있으면서 정이 많고, 충성심이 강한 동물로 알려져있다. 이 책에서도 황구 가족이 황씨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동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집에 어릴때부터 자란 개도 할아버지가 매일 자기에게 밥을 주고 돌보았는데, 돌아가시면서 부재가 느껴지자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고 며칠동안 밥도 먹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개'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느꼈던 경험이 있다. 요즘 개만도 못한 인간이 참 많다. 황구 가족은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건 아닐까? 개도 이렇게 사는데, 너희는 뭐하고 있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