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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미니멀리스트 :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물건을 줄이는 사람 / 이때 물건이란 물리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필요 이상의 물건을 탐내는 욕심, 무의미한 일에 쏟는 에너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포함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니멀리스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유를 늘려가는 삶에서 줄이는 삶으로의 이행, 그 과정과 결과를 잘 정리해서 쓰고 있다.
첫 장인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 에서 그는 자신이 물건을 버리지 못했던 몇몇 이유를 들고 있었는데, 읽으면서 내내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특히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사놓고 쓰지 않는 나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였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샀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 미니멀리스트로 산다는 건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 같았다.
두번째 장에서는 물건은 왜 점점 늘어나기만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원하는 일이 이루어졌다는 순간의 감동은 어느새 익숙함으로 이어지고 당연함의 과정을 거쳐 싫증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도달한다. 그러다 결국 그 물건을 별볼일 없는 물건이 되고만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무언가를 사러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은 과거의 어느때 우리가 갖고싶어했던 물건들"이다.
한편, "우리는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알리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의 근본에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잠재해 있어서 물건의 쓰임새보다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물건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물건은 점점 늘어만 간다. 하지만 물건은 당연해 내가 아니며 내 주인도 아니다.
제3장,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55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물건을 버릴 것이지 하는 구체적인 방법 55가지를 알려준다. 일단 그는 "실제로 버리는 작업보다는 물건을 버리기로 결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물건을 만지면서 왜 버리지 못하는지 가만히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권한다. 버리는 순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누가봐도 확실한 쓰레기(의외로 이런 물건도 끼고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를 먼저 버리고, 여러개 있는 물건을 버리고, 그다음에 일년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 남의 눈을 의식해 갖고 있는 물건 순으로 버리라고 한다. 그리고 rule 14에서 버리기 힘든 물건은 사진으로 남기라고 조언한다. 수납과 정리기술에 의지하기 보다 먼저 물건의 수를 줄여라, 언젠가라는 기대를 미련없이 버려라 (그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과거에 필요했던 물건과 깔끔하게 인연을 끊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지금은 는 무신된다. 건강할 때 인생 정리를 하라 (물건은 기억해주는 주인을 잃을 때 가치도 함께 잃는다) 등등 마음에 콕콕 와닿는 여러 팁을 이야기해준다.
마지막 장인 물건을 줄인 후 찾아온 12가지 변화애서는 미니멀리스트로의 삶이 그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조목조목 적고있다.
"지금도 영화를 좋아하지만 예전에는 단지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집착했을 뿐이라는걸 깨달았다. (중략) 좋아하기에 자신의 일부로 여겨지는 물건, 그런 물건을 버리는 일은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자기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영화CD를 버리고서)
"사람은 어떤 물건에도 금방 익숙해진다. 그래서 물건보다 경험에서 얻는 행복의 지속시간이 더 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물건에 돈을 더 잘 쓴다. 그 이유는 경험보다는 물건이 남과 비교하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의 그는 주로 경험에 돈을 쓴다고 한다.)
"내 방은 언제 누구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은 방이 되었다. 이제 무엇을 해도 부끄럽지 않다. 지금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자 정보에 관해서도 최소한의 개념을 의식하게 되었다. (중략) 그래서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의 귀환'이다."
책 앞부분에 실린 거의 아무런 물건이 없는 말끔한 방 사진 몇장은 정말이지 유혹적이었다.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뻥 뚫리고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의심하며 이 책을 읽었다. 미니멀리즘을 통해 너무나 달라지 자신의 삶을 경험한 작가는 어떻게든 그러한 내용을 전도(?)하고 싶은 마음에 글이 길어졌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 뭔가 세뇌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내 주변에 쌓인 물건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하는 책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언젠가 쓸지 모르는 물건, 추억이 깃든 물건, 나를 치장하거나 위로해주는 물건을 버릴 수 있을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씩 줄여가야겠다, 보다 신중하게 물건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첫 실천으로 책장에서 버릴 책 몇권과 선물할 책 몇권을 골라냈다. 그리고 이 책이 알려준대로 사진에 담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