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1
윌리엄 포크너 지음, 김명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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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서였을까? 언제쯤이었을까? 이 책이 좋다고 강력추천받았던 기억만 또렷하다.


작가 포크너는 1897년 미국에서 출생한 작가로 다양하 경험을 통해 작가 수업을 마치고 여러 문제작을 발표했는데 특히 남북전쟁 후 남부 오지의 쇠퇴상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 소설 역시 배경은 남부의 오지 마을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앞둔 남편과 다섯 아이들, 그리고 이웃 사람들의 독백이 짧은 장을 이루며 켜켜이 쌓인다. 그들은 각자 자기만의 시선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타인을 판단하고, 자기만의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듯 보인다. (하나님이 각자의 편의에 따라 사용되는 도구쯤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야기는 늘 엉켜서 굴러가는 실뭉치같은 느낌이다.


결국 어머니가 죽고, 그 가련한 가족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관을 들고 어머니의 고향으로 향한다. 마침 물이 불은 강을 건너야했고, 날은 무덥고, 관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이렇듯 상황은 점점 꼬여가지만 각자는 자기만의 생각에 몰두해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우여곡절, 모두가 상처입은 여정이 되고 만다. (남편만은 빼고) 마침내 여정이 마무리되고, 어머니 자리에 새로운 인물이 끼어들지만 결코 끝나지않을 것 같은 불행의 예감을 남기며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사실 선과 악이라는 점에서 보면 조금 애매하다. 우리의 실제 일상 속에서처럼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을 구분하기 힘들다. 무지하다는 것만으로 죄가 될까? 무지에서 오는 신념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것이 죄가 될까? 단지 고집이 센 것일 뿐인데? '나' 하나만을 추스르기도 벅찰만큼 여유가 없어서라고 하는게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가련한 가족들의 행동과 마음은 과연 유죄인지, 무죄인지. 하지만 고난과 실패 속에서도 끝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는 남편의 태도에는 결국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실 여러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줄거리를 따라가다보니 끝나버리고 말았다. 책장을 덮자마자 '아.. 다시 읽어봐야 되겠구나' 싶었던 책이다. 조금 더 인물들의 처지와 생각에 몰두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정말 게으르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야말로 일단 출발하면 계속 움직여야 하는 모양이다. 움직이지 않고 머무르는 일도 물론 마찬가지다."

"캐시가 태어났을 때, 모성이란 말은, 그 단어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가진 엄마는 그런 단어가 있든없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죄가 단순히 말의 문제인 사람에게는 구원도 단지 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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