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오사카 교토 PLUS 고베 나라 (분리형 가이드북) - 헤매지 않고 바로 통하는 현장밀착형 여행서, 2017~2018년 최신판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황성민.정현미 지음 / 한빛라이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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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행책이라면 크게 두 종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지의 객관적 정보를 담고 있는 책과 여행지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감성을 담고 있는 책. 이 책은 전자에 해당하는 책으로 제목에 나와있는 오사카, 교토와 더불어 고베, 나라, 와카야마 지역까지 거의 모든 간사이 지방의 관광지를 아우르고 있다. 한편 내용 면에서 보자면, 요즈음은 맛있는 먹거리, 미술관 혹은 쇼핑 같은 한가지 주제를 찾아가는 여행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취향을 반영한 정보성 여행서들도 자주 눈에 띄는데 이 책은 전방위적인 정보를 다루고 있다. 지역에 있어서나, 주제에 있어서나 꽤나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어서 간사이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기본서이면서 동시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어 보인다.

사실 이제까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자면 아무리 꼼꼼하게 정보를 담는다고 해도 뭔가 궁금증이 생기고, 막상 계획을 세워보려면 한 권만으로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추가로 인터넷 정보들을 뒤지게 되고 다른 책자들을 참고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꼼꼼함에 있어서 왕중왕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모든 부분이 착실하게 다뤄져 있고, 한가지 사실에 뒤따를만한 후속적인 궁금증에 대해서도 잘 실려 있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헤매지 않고 바로 통하는'이라는 표지의 카피가 보여주듯이 지도 자료가 충분하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지도부터 찾아가고자 하는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세한 지도까지 넉넉한게 실려있어서 별도의 지도자료가 필요치 않아 보였다. 각 지역의 루트도 한가지만이 아니라 세가지 정도의 모범 루트를 제시하고 있어서 본인의 취향이나 체력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서 적당한 루트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당연히 대중교통 정보도 충분한데 간사이 전체를 이동하는 것부터 지역 내에서의 이동까지, 모든 교통수단에 대해서 소개되어 있었고 특히 일본 여행에서 많이 사용되는 교통 패스에 대한 부분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사용해야 사용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아니면 그때그때 표를 구입하는게 나은지 같은 부분들도 패스별로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어서 굉장히 유용해 보였다.

또 중간중간 일본의 역사, 문화 등을 소개하고 있어서 관광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었는데, 여행책자 중간에 그저 구색맞추기로 넣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내용이 충분하고 전문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요즈음 특히 관심이 많은 먹거리에 대해서도 또한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식당과 카페, 전통시장 맛집까지. 이 책을 참고하면 동선에 맞춰서 자신이 원하는 맛과 느낌의 식당을 고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시장 골목안의 작은 매대까지도 위치정보, 메뉴, 가격정보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 코너의 간사이 역사 이야기를 읽고 오사카 성을 방문한다면 그만큼 많은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Real Guide' 코너의 실전에서 바로 통하는 일본 음식 용어를 복사해서 들고간다면 낯선 메뉴판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원하는 음식을 맘껏 시켜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해도까지 가지 않아도 6월~10월에 니시우메다 역 광장에서 오사카 삿포로 비어가든이 열린다고 하니 시원한 '퍼펙트 블랙 라벨' 생맥주와 함께 여름밤의 한 때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커피 마니아라면 'Real Story' 코너의 일본 차와 커피 문화를 읽어보고 UCC 커피 박물관으로, 니시무가 커피숍으로 달려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담겨있으니 책은 매우매우 두껍고 또 무겁다. 여행지에 들고다니면서 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현장 밀착형'이라는 카피가 무색하게도 이 책 자체를 현장에서 사용하는 건 당연히 무리이다. 그런데 주요 지역별 지도에는 QR 코드가 있어서 책 속의 관광지와 식당정보, 쇼핑스폿 정보가 담긴 구글맵을 다운도드 받을 수 있게 되어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몇 번 다녀온 간사이 지역이지만 책을 보다보니 구석구석 다시 가고 싶은 곳, 새롭게 가보고 싶은 곳들이 참 많다. 먹어보고 싶은 것들은 또 왜이리 많은지... 여행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때 다시 한번 그 곳에 다녀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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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여자
가쓰라 노조미 지음, 김효진 옮김 / 북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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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 소설이다. 일단 '재미'는 보장된 셈이고, 구성도 허술하지는 않을테고, 적어도 여주인공은 매력적이지 않겠어? 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싫은 여자>라는 제목과 '남자들은 정신없이 숭배하고 여자들은 못마땅해 하는 그녀'라는 카피에서 처음 떠올린 것은 영화 <말레나>였다. 이 소설 속 그녀는 어떤 모습 속에 어떤 사연을 감추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소설은 싫은 여자 '고타니 나쓰코'와 그냥 여자 '이시다 데쓰코'라는 두 여자의 20대에서 70대까지의 인생여정을 그린다. 늘 사건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나쓰코는 몇 년에 한 번씩 변호사인 데쓰코를 찾아 문제 해결을 의뢰한다.

"나쓰코이니까.
무슨 일이든 있을 수 있다. 그런 여자다."(89쪽)

세월이 흐르고, 사건의 스타일도 조금씩 바뀌지만 나쓰코의 결코 변하지 않는 부분, 탐욕스럽고 교활하고 푼돈에 연연하는 모습은 그대로이다. 그런게 너무 싫으면서도 데쓰코는 나쓰코의 그런 모습을 은근히 기대한다. 얄밉지만 조금 어설프고, 잠시나마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나쓰코니까 말이다. 늘 주변의 환경과 상황을 수용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켜버리는 데쓰코로서는 자신의 감정이 이끄는대로, 하고싶은 대로, 한마디로 어린아이처럼 행동해버리는 나쓰코가 밉상이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한 것이다.  어이없는 사건을 일으키거나, 휘말리거나 하는 나쓰코를 보며 결국은 '그래야 나쓰코지'라고 납득해버리는 것이다.

"나쓰코의 말은 믿을 수 없다. 오래 보면 볼수록 더욱 그렇다. 나쓰코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 분명한 사실이다. 나쓰코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하다.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일"(306쪽)

나쓰코의 매력은 예쁘지만 완벽한 정도까지는 아닌 얼굴과 각선미, 세부적인 사항은 제대로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그럴듯하게 말하며 상대를 격려하고 행복하다는 혹은 잘될거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나름의 대화법으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들은 너무 예쁘면 오히려 거리감을 느낀다나 어쩐다나... 너무 똑똑하면 오히려 부담감을 느낀다나 어쩐다나...

나쓰코의 뒤치닥거리를 하며 초보 변호사에서 노련한 변호사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데쓰코의 이야기는 나쓰코의 이야기와 더불어 또하나의 큰 축을 이룬다. 노련한 직업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한편으론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해간다. 타인에게 습관적으로 담을 쌓고, 공허감에 시달리던 그녀였지만 한걸음씩 타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배워간다. 물론 자신만의 정체성을 무너뜨리진 않기에, 꿋꿋하고 성실하게 허영심없이 변호사 일을 해나가는 그녀를 젊은 신임 변호사는 '무사'라고 부른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오기와라라는 선배 변호사가 있다. 그는 "처음 보는 변호사한테 마음을 여는 사람은 없어요. 계속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차츰 마음을 열고 속내를 보여주죠."(38쪽)라고 말해준다. 모든 인간 관계가 당연히도 이렇지 않을까? 새로이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건 그저 바라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먼저 다가가며 살금살금 거리를 좁혀가야 하는 거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데쓰코에게 많이 감정이입을 해가며 읽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문구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소설 속에서 몰스킨 수첩, 분홍색 다색볼펜, 고쿠요의 캠퍼스 노트 등등 그녀가 사용하는 문구들마다 구체적으로 언급해주는 부분에 덩달아 신이 났다. 여전히 문구점만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내 모습이 때론 한심했는데, 무려 변호사도 이런 취향이란게 왜이리 흐믓한지...

고약하지만 마법처럼 즐거운 꿈을 심어주는 싫은 여자 나쓰코, 하지만 결코 미워할수만은 없는 여자 나쓰코의 흥미진진한 모험담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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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옷장 - 알고 입는 즐거움을 위한 패션 인문학
임성민 지음 / 웨일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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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나는 옷을 잘 못입는다. 그래서 겉치레 '따위'라고 스스로 자위하고 외면해보기도 하지만, 사실 옷'따위'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때론 중요한 첫인상을 결정짓기도 하고, 때론 스스로 위축되기도 하고... 그래서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옷차림을 훔쳐보고, 유행을 슬쩍 체크해보고, 쇼윈도를 기웃거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옷에 대해 조근조근 말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사근사근 말해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왠지 반가워서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흠... <지식인의 옷장>이라니, 책제목도 나의 얄팍한 허영심에 딱 맞지 않는가. 뭘 알아야 면장을 해먹는다는 케케묵은 말도 있으니, 일단 '지식'으로서 패션을 배워볼까, 패션을 문자로 배워서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

1부인 옷장, 가까이 가기를 읽으면서는 뭔가 '패션'이라는 것에 대해 감을 잡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패션이란 결국 겁먹을만큼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패션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결국 판타지, 즉 이상을 현실로 끌고와 향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패션의 타깃은 실제 소비자가 아닌, 구매자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이미지가 되는 셈이다.

"타인의 평가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패션에 관심을 가져라." (57쪽) 마치 패션지상주의자의 격언처럼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장 손쉽게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을 드러내보일 수 있는 장치가 어쩌면 패션일지도 모른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는 '나 자신 깨우기'로 새로운 패션을 시도해 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다. 하지만 막상은 또다시 내 옷장 속에 이미 있는 것들과 비슷한 새 옷, 결국 새 옷이 아닌 옷을 사게 되겠지만..

"사람들은 익숙한 대상에서 호감을 느끼지만 낯선 대상에서도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편안함과 새로움이 적절하게 섞일 때 매력이 극대화된다." (81쪽) 패션에 대한 조언이 이렇듯 때론 인생에 대한 조언을 포괄하고, 인생에  대한 조언이 때론 패션에 대한 조언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패션도 사람사는 일이고 공유하는 문화인 이상 결국 적용되는 룰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그 대상에 대한 역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텐데, 이 책은 1950년대 이후 옷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이 章에서는 비키니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60년대 처음 비키니 수영복이 선보였는데, "당시 남태평양의 비키니 섬에서 진행된 미국의 핵폭탄 실험만큼 충격적이라는 의미로 비키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97쪽)고 한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큰 충격이었지만 불과 수십년만에 그 충격이 일상 속에 완전히 숨어버렸으니, 패션의 역사만으로도 사람의 생각(가치)은 끊임없이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변한다는 세상의 이치를 배울수 있구나, 싶었다.

'패션은 반항이다'라는 章에는 하위문화가 특유의 감성과 취향이 포함된 그들만의 패션에서 점차 정형화되어 하나의 스타일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쓰여 있다. 역시나 모든 혁신은 결국 변두리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해주기도 했다. 특히 이모키즈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정리하자면 중2병을 서양에서 부르는 이름인 이모키즈는 emotional 과 kids의 합성어로, 뭔가 우울해보이는 것이 자랑인 그들 특유의 문화가 반영된 패션으로 표현된다. 블랙을 선호하고, 마른 스타일을 추구하고, 스모키 메이크업에 피어싱, 징이 박힌 벨트 등등. 뭔가 아키하바라에서 마주칠것만 같다.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결국 패션은 애티튜드다, 라고 선언하고 있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만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자신을 만족시키는 선택이어야 한다고, 자신에 대해 파악하고 무엇이 어울리는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요즘 머리가 자꾸 빠져서 짧게 잘랐는데요."라고 말하기보다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새로운 스타일로 컷트해 봤어요."라고 말해보자는 것이다, 자신감있게.

패션계의 전설 중 한 명인 코코 샤넬은 "패션은 건축과 같다: 비율이 핵심이다"라고 했다는데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비율로 '보이도록'하는 패션팁처럼 실제적인 부분들도 뒷부분에 소개되어 있지만 이 책 전체가 그런 내용들은 아니다. 패션이라는 코드를 통해 본 인문,사회심리 같은 것에 오히려 초점이 있는 책이었다. 새로운 패션 용어들을 알게되고, 그를 통해 사회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타인의 관심을 쿨하게 받고 명쾌하게 자신만의 패션을 만들어가라는 것인데... 나로 말하자면, 뭔가 멘탈의 힘이 필요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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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 - 돈과 집, 몸과 삶에 관한 15개의 지침들
이케가야 유지 외 17인 지음, 문예춘추(文藝春秋) 엮음, 한혜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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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귀에 못이 박혀버린, 아마도 계속 귀아프게 듣게될 '고령화 사회', '노인문제' 등등. 그만큼 비슷비슷한 관련서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출판되는 것 같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건강서를 비롯해서 마음 다스리기,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주로 보험회사에서 협찬하는)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 각각의 책 제목만 봐도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보이지만, 그만큼 잔뜩 쌓인 숙제 앞에서 지레 뒷걸음질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책 <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는 콤팩트하게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고,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어 쓰고 있어서 조금은 쉽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볼만 하다.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래, 라고 한다면 그건 그대로 좋겠지만, 그래도  '나이든다는 것'과 '노년의 삶'에 대해 뭔가 감은 잡아야하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있다면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같다. 마침 오십이 되었거나, 오십을 넘어서며 노년에 대한 막연한 說에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면 특히 유용할 것 같다.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기획해서 엮은 이 책의 저자는 모두 17명이다. 의사를 비롯해 변호사, 작가, 경제 저널리스트 등이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노년의 삶'을 말하고 있다. 어떻게 건강하게 여가 시간을 보내며 지낼 것인지, 하는 일반적인 내용부터 유산문제, 노년의 성생활, 어떻게 죽음을 맍이할 것이지 등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골고루 다루고 있다. 특히 현직 개호간호사(한국으로 말하면 요양보호사 정도 될 것 같다)가 쓴 부분은 노인 보호시설의 실테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일본에서 발행된 책인만큼 한계도 있어서, 세부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와 법적, 제도적으로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몇몇 장에는 한국의 경우를 덧붙여놓기도 했지만 충분해보이지는 않았다.

내용 중에 특별히 기억할만한 것이라면, 학습능력의 차이는 해마의 기능과 연관되어 있기보다 '흥미나 호기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무언가에 흥미를 느껴 두근두근할 때 세타파라는 것이 방출되는데, 세타파가 방출되는 동안은 나이든 사람도 젊은이와 같은 수행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만사가 시들해져버리는 것이 결국 자신의 능력을 퇴화시키는 일이 되는 셈이다. "결국 기억력을 유지하려면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18쪽)

4장. [투자보다 현금이다]에서는 "무엇보다 해선 안 될 일이 퇴직금을 들고 '투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고 은행이나 우체국, 증권회사 창구를 찾아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다."(79쪽)라는 문장에서 크게 웃고 말았다. 창구의 영업사원이 생각하는건 우리의 노후 경제사정이 아니라 결국 높은 수수료가 떨어지는 상품을 파는 일이라니...

5장에서는 암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들과 자료들을 제시하며 암예방을 위한 10가지 수칙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암 예방 목적으로 보조식품을 먹지 않는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평소 건강보조식품을 멀리하면서 조금은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안심이 되었다.

마지막 장인 [책 속의 노년-노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도 꽤나 흥미로웠다. 일본 책들이 주로 언급되고, 분량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점 등이 아쉽기도 했지만 다양한 소설을 통해 노년의 심리를 짚어본 점이 새롭게 느껴졌다. 전에 신랑이 <고리오 영감>을 읽고 "이 책은 딸바보의 죽음,이라는 제목이 적절할 것 같아"라고 말했었는데... 어쨋든 고리오 영감은 죽는 순간까지 나름 행복했으니 (다시 말해 여전히 속고 있었으니) 더는 할말이 없긴 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늙어간다는 것'에도 한사람 한사람의 수만큼의 경우가 존재할 것이므로 이런 것이다, 이렇게 해야한다, 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오래 살까', 같은 문제로 고심하기보다는 기본적인 대비 정도만을 해두고 마음 편하게 하고싶은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이 노화에 대비하는 가장 훌륭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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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웨이 미술사 - 미술의 요소와 원리.매체.역사.주제 -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
데브라 J. 드위트 외 지음, 조주연 외 옮김 / 이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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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 는 단순한 문제이면서 한편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어찌보면 그냥 직관을 믿고 내 느낌대로 보는 것이 가장 솔직한 감상법일 수 있다. 내 취향대로 보는 것. 하지만 한편으로 보다 객관적인 잣대로, 보다 분석적으로 화가의 마음이나 계획된 의도 같은 것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만족감을 준다. 예술이란 것과 정확성이란 것은 완전히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적절한 감상법을 통해 대상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 여러 노력들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을 미술로 볼 것인지, 미술의 역사는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어떤 기법들과 물감들이 사용되었으며 한 시대를 어떤 모습으로 한정된 공간에 표현하였는지, 화가 자신의 삶은 또 어떤 형태로 그의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는지... 등등. 때로는 작은 소품의 배치나 색채의 사용 기술 같은 것에서도 화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고, 감상자의 입장에서 미술품을 순수하게 보고 느끼는 감동과는 또다른 미적이며 지적인 만족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좋은 그림은 뭔지, '왜' 좋은 그림인지를 설명하고 싶은 생각들도 '작품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에 대한 지식들을 요구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쉽게, 제대로 미술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넓고 올바른 문을 찾으려고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책은 만나기 힘들다. 이 책은 그런 시도에서 굉장히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미술의 요소와 원리, 매체, 역사 그리고 주제. 이렇게 4개의 문을 제시하고 각각에 대해 풍부한 도판과 함께 이해하기 쉽고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샘플본에 실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를 보면 일단 기본적인 작품의 설명에 이어 각각 4개의 관문을 통한 분석을 제시한다. 미술의 요소와 원리를 통해 미술가가 관람자의 시선을 그림 중앙의 인물들에게로 어떻게 이끌어 갔는지를 알 수 있고, 두번째 문인 매체를 통해 라파엘로가 이 커다란 벽화를 계획하고 구성하는데 드로잉을 사용한 방법을 알 수 있다. 세번째 문인 역사를 통해서는 화가가 당대의 유명 미술가들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위대한 사상가들의 초상화 모델로 사용한 방법을 알게되고, 마지막으로 주제라는 문을 통해서는 이 그림이 교황 율리우스의 서재를 장식한 다른 그림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 공간의 환영을 만들어냈는지 시각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한 장의 그림을 최소한 네가지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이 책은 '가르쳐준다'.

들어가는 말에서 "미술 작품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중요한 기술들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종합적이고 정확한 記述이라 생각된다. 사실 차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많은 팁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낯선 그림 앞에서 우리가 어떤 요소들에 주목해야할 지에 대한 힌트 같은 것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부록이라는 이름으로 끼어있는 미술과 관련된 짧은 글(엣세이 또는 소논문)들은 쉬어가기에 딱 좋은 재미와 더불어 유용한 토막상식들을 싣고 있다. 로버트 위트먼의 <미술작품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도난당한 렘브란트의 자화상 일화를 통해 "미술 절도에서 진정한 기술은 파는 것이지 품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읽게 된다면 누구라도 빙긋 웃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미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는만큼 미술에 대해 궁금한 입문자는 물론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부족하지 않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무려 865개의 도판이 실린, 600쪽이 넘는 책이지만 미술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으로 무장한 이들에게라면 멋진 도전과제가 될 것 같다.

(게이트웨이 미술사 홍보를 위해 제작된 샘플본을 읽고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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