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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 - 돈과 집, 몸과 삶에 관한 15개의 지침들
이케가야 유지 외 17인 지음, 문예춘추(文藝春秋) 엮음, 한혜정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7년 2월
평점 :
이미 귀에 못이 박혀버린, 아마도 계속 귀아프게 듣게될 '고령화 사회', '노인문제' 등등. 그만큼 비슷비슷한 관련서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출판되는 것 같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건강서를 비롯해서 마음 다스리기,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주로 보험회사에서 협찬하는) 경제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 각각의 책 제목만 봐도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보이지만, 그만큼 잔뜩 쌓인 숙제 앞에서 지레 뒷걸음질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책 <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는 콤팩트하게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고,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어 쓰고 있어서 조금은 쉽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볼만 하다.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래, 라고 한다면 그건 그대로 좋겠지만, 그래도 '나이든다는 것'과 '노년의 삶'에 대해 뭔가 감은 잡아야하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있다면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같다. 마침 오십이 되었거나, 오십을 넘어서며 노년에 대한 막연한 說에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면 특히 유용할 것 같다.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기획해서 엮은 이 책의 저자는 모두 17명이다. 의사를 비롯해 변호사, 작가, 경제 저널리스트 등이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노년의 삶'을 말하고 있다. 어떻게 건강하게 여가 시간을 보내며 지낼 것인지, 하는 일반적인 내용부터 유산문제, 노년의 성생활, 어떻게 죽음을 맍이할 것이지 등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골고루 다루고 있다. 특히 현직 개호간호사(한국으로 말하면 요양보호사 정도 될 것 같다)가 쓴 부분은 노인 보호시설의 실테를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일본에서 발행된 책인만큼 한계도 있어서, 세부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와 법적, 제도적으로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몇몇 장에는 한국의 경우를 덧붙여놓기도 했지만 충분해보이지는 않았다.
내용 중에 특별히 기억할만한 것이라면, 학습능력의 차이는 해마의 기능과 연관되어 있기보다 '흥미나 호기심'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무언가에 흥미를 느껴 두근두근할 때 세타파라는 것이 방출되는데, 세타파가 방출되는 동안은 나이든 사람도 젊은이와 같은 수행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만사가 시들해져버리는 것이 결국 자신의 능력을 퇴화시키는 일이 되는 셈이다. "결국 기억력을 유지하려면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18쪽)
4장. [투자보다 현금이다]에서는 "무엇보다 해선 안 될 일이 퇴직금을 들고 '투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고 은행이나 우체국, 증권회사 창구를 찾아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다."(79쪽)라는 문장에서 크게 웃고 말았다. 창구의 영업사원이 생각하는건 우리의 노후 경제사정이 아니라 결국 높은 수수료가 떨어지는 상품을 파는 일이라니...
5장에서는 암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들과 자료들을 제시하며 암예방을 위한 10가지 수칙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암 예방 목적으로 보조식품을 먹지 않는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평소 건강보조식품을 멀리하면서 조금은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안심이 되었다.
마지막 장인 [책 속의 노년-노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도 꽤나 흥미로웠다. 일본 책들이 주로 언급되고, 분량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점 등이 아쉽기도 했지만 다양한 소설을 통해 노년의 심리를 짚어본 점이 새롭게 느껴졌다. 전에 신랑이 <고리오 영감>을 읽고 "이 책은 딸바보의 죽음,이라는 제목이 적절할 것 같아"라고 말했었는데... 어쨋든 고리오 영감은 죽는 순간까지 나름 행복했으니 (다시 말해 여전히 속고 있었으니) 더는 할말이 없긴 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늙어간다는 것'에도 한사람 한사람의 수만큼의 경우가 존재할 것이므로 이런 것이다, 이렇게 해야한다, 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오래 살까', 같은 문제로 고심하기보다는 기본적인 대비 정도만을 해두고 마음 편하게 하고싶은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이 노화에 대비하는 가장 훌륭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