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웨이 미술사 - 미술의 요소와 원리.매체.역사.주제 - 미술로 들어가는 4개의 문
데브라 J. 드위트 외 지음, 조주연 외 옮김 / 이봄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미술 작품을 어떻게 볼 것인가, 는 단순한 문제이면서 한편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어찌보면 그냥 직관을 믿고 내 느낌대로 보는 것이 가장 솔직한 감상법일 수 있다. 내 취향대로 보는 것. 하지만 한편으로 보다 객관적인 잣대로, 보다 분석적으로 화가의 마음이나 계획된 의도 같은 것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만족감을 준다. 예술이란 것과 정확성이란 것은 완전히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적절한 감상법을 통해 대상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 여러 노력들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을 미술로 볼 것인지, 미술의 역사는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어떤 기법들과 물감들이 사용되었으며 한 시대를 어떤 모습으로 한정된 공간에 표현하였는지, 화가 자신의 삶은 또 어떤 형태로 그의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는지... 등등. 때로는 작은 소품의 배치나 색채의 사용 기술 같은 것에서도 화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고, 감상자의 입장에서 미술품을 순수하게 보고 느끼는 감동과는 또다른 미적이며 지적인 만족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좋은 그림은 뭔지, '왜' 좋은 그림인지를 설명하고 싶은 생각들도 '작품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에 대한 지식들을 요구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쉽게, 제대로 미술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넓고 올바른 문을 찾으려고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책은 만나기 힘들다. 이 책은 그런 시도에서 굉장히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미술의 요소와 원리, 매체, 역사 그리고 주제. 이렇게 4개의 문을 제시하고 각각에 대해 풍부한 도판과 함께 이해하기 쉽고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샘플본에 실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를 보면 일단 기본적인 작품의 설명에 이어 각각 4개의 관문을 통한 분석을 제시한다. 미술의 요소와 원리를 통해 미술가가 관람자의 시선을 그림 중앙의 인물들에게로 어떻게 이끌어 갔는지를 알 수 있고, 두번째 문인 매체를 통해 라파엘로가 이 커다란 벽화를 계획하고 구성하는데 드로잉을 사용한 방법을 알 수 있다. 세번째 문인 역사를 통해서는 화가가 당대의 유명 미술가들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위대한 사상가들의 초상화 모델로 사용한 방법을 알게되고, 마지막으로 주제라는 문을 통해서는 이 그림이 교황 율리우스의 서재를 장식한 다른 그림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 공간의 환영을 만들어냈는지 시각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다. 한 장의 그림을 최소한 네가지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이 책은 '가르쳐준다'.

들어가는 말에서 "미술 작품을 바라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중요한 기술들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종합적이고 정확한 記述이라 생각된다. 사실 차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많은 팁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낯선 그림 앞에서 우리가 어떤 요소들에 주목해야할 지에 대한 힌트 같은 것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부록이라는 이름으로 끼어있는 미술과 관련된 짧은 글(엣세이 또는 소논문)들은 쉬어가기에 딱 좋은 재미와 더불어 유용한 토막상식들을 싣고 있다. 로버트 위트먼의 <미술작품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도난당한 렘브란트의 자화상 일화를 통해 "미술 절도에서 진정한 기술은 파는 것이지 품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읽게 된다면 누구라도 빙긋 웃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미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는만큼 미술에 대해 궁금한 입문자는 물론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부족하지 않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무려 865개의 도판이 실린, 600쪽이 넘는 책이지만 미술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으로 무장한 이들에게라면 멋진 도전과제가 될 것 같다.

(게이트웨이 미술사 홍보를 위해 제작된 샘플본을 읽고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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