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심리학 -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치유
토니 험프리스 지음, 안기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8년만에 학교를 옮기고 나니 다시 서툴고 불안한 초보의 마음이 됩니다.
그냥 장소만 바꾸어 수평이동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서울의 인문계 공립학교는 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나봅니다.

교육, 가르치는 일, 배움을 돕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요즘 읽는 책들도 주로 그 쪽으로 집중됩니다. 아직 이렇다하게 대화를 나눌 벗들을 찾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책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빈곤한 사교 생활을 풍성한 독서가 치유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가르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한 치유'라는 부제가 붙은 "선생님의 심리학"을 읽었습니다. 글쓴이는 토니 험프리스.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장인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네요. 직업성 스트레스는 요구와 통제가 변수인데, 요구 수준이 높으면서 통제가 낮은 직업(예를 들어 항공 교통 관제관)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교직 또한 계속해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는군요. 그러니까 요즘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우리 직업에 종사하는 한 당여한 것이라는...

토니 험프리스가 제시한 처방은 '자부심'입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관계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가치 부여'와 '축하'를 생각과 행동에 주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자신에 대한 가치부여와 축하는 살아가면서 매일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매일, 매시간 실패한 듯한 느낌으로 교실을 빠져 나오면서 어떻게 가치부여와 축하를 할 수 있을까요? 일단 험프리스가 강조한 대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마음과 행동을 꽉 채워보겠다고 '결심'한다고 해도 눈 앞에 보이는 실패가 있는데 어떻게 그걸 외면하고 자부심을 택하겠어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교사가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법의 핵심 역시 '자부심'입니다. 학생들을 자부심을 높여주는 것이 교사와 학생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인 것이지요.

당연한 얘기인데, 그래서 어쩌라고? 토니 험프리스의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교실의 학생을 통제하는 것은 선생님이 할 일이 아니다! 이런 주장은 내가 선생님으로서 배우고 실천했던 것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훈육 과정을 보다 주의 깊에 살펴보면, 어느 한 사람이 타인을 통제하는 데서 갈등이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어른을 통제하려 하거나 요청하지도 않은 조언을 한다면 어른은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학급 운영의 기본 원칙은, 학급의 구성원인 학생과 선생님이 각자 자기 통제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학생 통제는 선생님의 일이 아니라 학생의 책임으로 학생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선생님 또한 자신을 통제할 책임이 있다."(171-172)

구체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에게 특히 도움이 되었던 것은 처벌의 긍정적인 사용에 대한 대목이었습니다.

1. 가능하다면, 처벌의 사용은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자연스러운 결과여야 한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시간을 낭비한 학생에 대한 자연스러운 처벌은 학생에게서 휴식시간이나 여가 시간을 뺏는 것이다. 성질을 부리며 교실에서 물건을 집어 던진 학생에게 자연스런 처벌은 교실 정리를 시키는 것이다.

2. 처벌은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학생이 책임이 무엇인지 알고, 책임을 이행하지 못했을 때 처벌이 따른다는 점을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어떤 선생님이 관련되었든, 어떤 학생이 무책임한 행동을 했든 같은 처벌이 가해진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3. 처벌은 언제나 공정하고 적절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무책임한 행동에 적합해야 한다.

4. 처벌은 비개인적인 것이어야 한다. 학생의 행동에 화를 내거나 선생님 자신의 투자에서 비롯된 처벌을 부과하는 선생님은 학생에게 효과적인 선생님이 아니다.

5. 처벌은 학생에게 기대하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이 보다 책임 있게 행동하고 자기 통제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6. 선생님이 부적응 행동의 심리적 이유를 파악하고, 선생님의 이해심을 분명하게 나타내면서 처벌을 부과할 수 있을 때까지는 처벌을 보류해야 한다.

7. 처벌은 긍정적이고 차분하게 부과되어야 학생이 선생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8. 처벌로 별도의 숙제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 학습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되어야 한다.

9. 처벌을 부과할 때는 항상 학생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191-192)

'지금 대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지?'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날 때 '당연한 원칙'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 되돌아보기에 많은 도움을 주네요. 혹시 지금 학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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