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이 왜? 돈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다재다능한 여자 최성연에게는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다. 학교 연극 수업이나 요가 수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우리가 미루어 짐작하는 것보다 더 적은 액수인가보다. 아트센터 청소일을 하면 보장되는 수입(퇴직금 포함 월220만원)에 '세상에나! 이런 직업이 있다니!' 하면서 뛰어들었다고 한다. 청소일을 해서 그걸 글로 써서 책을 내야겠다던지, 그 경험을 토대로 연극을 만들어보겠다던지, 그런 것이 절대 아니다. 정말로 돈 때문에 청소일을 시작했다.
연극판에서 산다는 것은 가난을 짊어지고 사는 일인지라 원래도 안해본 알바가 없었다는 저자는, 월220만원이라는 안정적 소득에 낚여 겁도 없이 청소일에 뛰어드는데, 놀랍게도 별 무리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사명감을 가지고 꼼꼼히, 열심히 청소하고, 자기 일도 아닌 분리수거까지 열심히 한다. 최성연은 생각한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장차 어떻게 될지에 대한 우주적 상상력을 펼칠 줄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세계만 인식하기 때문에 세계가 좁아진다는 것.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능력인 상상력(창의력)을 키우려면 두뇌 개발에 좋다는 학습지나 체험 학습에 매달리지 말고 분리수거를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최성연이 주저 없이 '새로운 세계'에 풍덩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부러웠다. 물론 그는 스스로 주장하기를, 어떤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밥 벌이를 위해서였다고, 절박한 생존의 문제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들 알지 않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보험 영업에 뛰어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나.
나에겐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내가 '어떻게 적응할까?'를 걱정하기보다는, 새로운 세계가 나를 '어떻게 이끌어 줄 것인가?'를 기대한다. 어떤 자극과 충격으로 내 안의 잠재된 영역을 깨우고, 내 사고의 지평을 넓혀줄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설렌다. 청소일은 그동안 내가 해 온 일의 성격과 정반대의 일이어서 더욱 기대가 컸다.
실제로 일 년 동안 쓸고 닦는 새로운 일에 매진하고 낯선 사람들과 엮이는 경험을 하면서 내면의 힘이 강해졌다. '이것 때문에 이런 교훈을 얻어 이렇게 변화되었다'라고 공식화할 수는 없지만 자신감이 커졌고, 마음의 폭이 넓어졌으며,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보고 걷는 법을 배웠다. 170-171
청소일을 하면서 만난 새로운 세상, 새롭게 맺게 된 인간 관계, 새로운 깨달음을 글로 써서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다. 오마이뉴스에서 잭팟이라고 부를 정도로 원고료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책이 되어 나오고 이 소식이 못내 반가워서, 50대에 정직한 노동을 선택한 고학력자 최성연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주문했다.
결정적 순간마다 떠올리려고 한다.
[두려움보다 설레임으로 새로운 세계에 뛰어들기]
무엇이건 너무 오래 망설이는 것은 모양 빠지는 일이다.
재미있는 발견. "딱 일 년만"이라는 검색어를 넣었더니 제법 여러권의 책이 뜬다.
딱 일 년만 _____________________ 하기.
__________________ 에 무엇을 넣어볼까?
딱 일 년만이라고 하면 뛰어들기 수월할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 딱 일 년만 백수로 살기를 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