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
서경덕 지음, 김주용 감수 / 허들링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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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 — 서평

한 장, 한 장 손끝으로 만나는 100년 전 그날의 목소리

펜을 들었다. 그리고 썼다.

누군가의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이 이토록 무거울 줄은 몰랐다. 획 하나를 긋는 순간, 손끝에 전해지는 것은 단순한 글씨가 아니었다. 100년 전, 차갑고 어두운 감옥 안에서, 혹은 낯선 타국 땅에서, 떨리는 손으로 이 문장들을 써 내려갔을 누군가의 숨결이었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다. 느끼는 책이다.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의 글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다. 그 담담함이 더 아프다.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 마음이, 필사를 하는 내 손 위로 고스란히 내려앉는다.

한 줄을 쓰고 나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두 줄을 쓰고 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진 힘이다. 눈으로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갔을 문장들이, 손으로 직접 새기는 순간 비로소 내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종종 잊는다. 지금 우리가 숨쉬는 이 자유가, 누군가의 목숨과 맞바꾼 것임을. 그러나 이 책 앞에 앉아 펜을 드는 순간만큼은 잊을 수 없다. 그분들의 간절함이, 그분들의 슬픔이, 그분들의 뜨거운 사랑이 — 내 손을 통해 다시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100년의 시간을 건너 당신의 손끝에 닿는 이 문장들을, 부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써보기를 바란다.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써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날의 무게가 얼마나 묵직했는지를 — 온몸으로 알게 된다.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다. 책상 위에 펼쳐두고, 매일 조금씩, 천천히 손으로 새겨야 할 책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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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군중
유성식 지음 / 드러커마인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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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멈춰버린 아이들 앞에서 — 『디지털 군중』을 읽고

쉬운 문제 앞에서 아이가 멈춘다.
모르는 게 아니다.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냥, 멈춘다.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작동을 안 하는 것처럼.

그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말을 잃는다. 이게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디지털 군중』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도파민이 설계한 교실

저자는 디지털 중독의 구조를 이렇게 도식화한다.
접속 → 즉각적 자극(도파민 효과) → 강박적 사용 → 집중력·인내·관조의 상실 → 사유의 중단 → '팝콘 브레인'
팝콘 브레인. 짧고 자극적인 것에만 튀어오르고,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꺼져버리는 뇌.

나는 이 단어를 읽는 순간 교실이 떠올랐다.
수업 중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들,
문제를 보고 5초도 안 돼 포기하는 아이들,
선생님이 설명하는 동안 눈은 칠판을 향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아이들.

게으른 게 아니다. 뇌가 그렇게 훈련된 것이다. 유튜브 쇼츠와 틱톡이 매일 수백 번씩 즉각 보상을 줬으니, 2분 이상 혼자 생각하는 근육이 만들어질 틈이 없었던 것이다.
플랫폼은 아이들의 주의력을 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그 대가는 교실에서 치러지고 있다.

📒혼자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세대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일본의 사이토 다카시의 말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면 자신의 샘을 파내려갈 시간도 없다."

아이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줄 알게 되길,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멍하게 창밖을 보거나, 별 이유 없이 낙서를 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걷거나 —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러나 지금 아이들에게 그 시간은 없다. 잠깐의 공백도 스마트폰으로 채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적이 없으니, 혼자 있는 것이 두렵고, 두려우니 더 깊이 접속한다. 저자의 말처럼, 소셜 미디어는 고독을 피하게 해주는 것 같지만 결국 더 외롭게 만든다.

📘연결되었지만, 사유가 없다

책은 디지털 군중이 개인의 뇌를 넘어 사회 전체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추적한다. 디지털 아비투스가 팬덤 정치와 반지성주의로, 다시 민주주의의 타락으로 이어지는 구조. 숙의와 협치가 사라진 자리에 분노와 말살의 정치가 자리잡는 과정.

교실에서 사유가 멈춘 아이들이 자라면 어떤 시민이 될까. 쉬운 문제 앞에서 멈추는 뇌가, 복잡한 세계를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 그 질문이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 남았다.

📚그래도, 바라는 것

나는 매일 그 멈춤을 마주한다. 그리고 매일 그 멈춤을 깨우려 애쓴다. 쉽지 않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거기 있다.

『디지털 군중』은 불편한 책이다.

읽는 내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싶어지고, 동시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안쓰러워진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책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이들이 언젠가,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깊이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되길. 그 시간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풍요롭다는 것을 느끼게 되길. 아이들과 함께하는 한, 나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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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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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 나도 해봤는데.ᆢ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제목이 좀 부담스러웠다. '교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은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랑 같이 오는데, 그게 싫었다. 그런데 목차를 훑다가 손이 멈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설탕과 지방이 당길까?"
이거, 어제 야식 시키면서 나한테 한 질문이잖아.

이 책은 거창한 지식을 가르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내가 살면서 한 번쯤 품었다가 그냥 흘려보낸 질문들을 저자가 먼저 알아보고 진지하게 따라가 준다.

단군신화에서 호랑이가 동굴을 뛰쳐나간 뒤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던 적 있지 않나.

『데미안』에서 아브락사스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그냥 넘겼던
기억. 이 책은 그 순간들을 다시 불러낸다.

디지털 치매 챕터를 읽다가 좀 민망했다. 자주 통화하는 사람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고, 몇 번이나 직접 다녀간 길도 내비 없이는 못 찾겠고. 완전히 내 얘기였다. 그런데 저자는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치매라기보다 집중력의 문제에 가깝다고 말한다. 뭔가 살짝 위로가 됐다.

스트레스와 단 음식 챕터에서는 진짜 "아 그래서 그랬구나!"가 절로 나왔다. 세로토닌, 트립토판, 모유까지 이어지는데 —

지식이 머리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이해가 되는 느낌이라 훨씬 오래 남는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그렇다. 읽고 나면 세상이 아니라 내가 조금 이해가 된다.

한 가지만 말하자면 —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 오늘 기분에 맞는 질문 하나를 목차에서 골라 펼치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책은 그렇게 읽어도 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한 꼭지 끝날 때마다 뭔가 하나씩 주워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다.

♡우주스토리모집 앤의서재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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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기술 - 성공은 내가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다
야마구치 다쿠로 지음, 김수경 옮김 / 레몬한스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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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있는가?"

책을 펼치면 세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기억한다"고 했고, 볼테르는 "사람을 판단할 때는 대답이 아닌 그가 하는 질문을 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할 이유가 있다"고 남겼다.

세 문장만으로도 이 책이 말하려는 것은 분명해진다. 우리는 평생 답을 잘 내놓는 사람으로 훈련받았지, 단 한 번도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으로 키워진 적이 없다.

질문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

책 속에는 프랑스 사이클 선수 다르빗슈 유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최악의 시절, 무너지는 자신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 질문 하나가 그의 삶을 완전히 뒤집었다. 후회와 상실감으로 가득 찬 미래를 상상하고, 거기서 다시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살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 비로소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저자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정적인 질문 하나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400페이지, 삶의 모든 영역을 질문으로 파헤치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총 8개 파트에 걸쳐 질문이 필요한 삶의 거의 모든 장면을 다룬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기초 질문 기술에서 시작해, 직장 대화와 업무에서 쓰는 실전 질문법, 리더가 팀원을 성장시키는 질문의 기술로 이어진다. 프레젠테이션·영업·온라인 회의 같은 상황별 질문 실전편도 있고,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소통의 질문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PART 7, 생성형 AI를 완벽하게 다루는 질문 기술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AI 활용의 대원칙부터 프롬프트 설계의 기본, 비즈니스 문서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법까지 — 챗GPT 시대에 꼭 필요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 PART 8은 가장 묵직하다. 궁극의 질문,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로 책의 문을 닫는다.

질문은 양날의 검이다

저자는 질문을 마냥 좋은 것으로만 포장하지 않는다. 질문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동시에, 자칫하면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경고한다. 타이밍과 수위를 조절하지 못하면 상대를 당황하게 하고,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그래서 질문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신중하면서도 성실하게 갈고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솔직함이 오히려 이 책을 더 믿게 만든다.

이런 분께 강력 추천한다

회의에서 늘 말문이 막히는 직장인, AI를 써도 결과물이 늘 평범한 사람, 대화가 어색하게 끊기는 사람, 목표는 있는데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람. 이 책은 그 모든 문제의 뿌리가 질문의 부재에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해법을 400페이지에 걸쳐, 아주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알려준다.

"질문은 삶을 움직이는 스위치다. 이 책은 그 스위치 사용 설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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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 관장 이정모와 떠나는 경이로운 생명 탐험 2 - 육지를 향해 탈출! 털보 관장 이정모와 떠나는 경이로운 생명 탐험 2
이정모.최향숙 지음, 김고은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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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 또 왔어요!"
1권을 덮자마자 아이가 물었다. "다음 편 있어?" 2권 표지의 털보 관장님을 보는 순간 반가운 함성을 질렀다. 시리즈물의 가장 큰 힘 — 이미 사랑하는 캐릭터와의 재회 — 을 이 책은 충실하게 누린다.
🌊 → 🌿 지느러미가 팔이 되기까지
2권의 여정은 작가의 말 제목 그대로 **"바다에서 육지로"**다. 38억 년 전 최초의 생명체 LUCA에서 시작된 생명이 어떻게 마침내 뭍으로 올라오게 됐는지, 차례만 봐도 숨이 가빠진다.
리틀핏을 보다가 → 팔보다 지느러미! → 턱이 생기려면 → 맛보면 알아! → 물고기들은 왜 죽었을까? → 산 너머 산 → 강 밖으로 가고 싶어! → 그 느낌, 알게 될 거야! → 관장님이다!
각 챕터 제목이 절묘하다. "팔보다 지느러미!"는 지느러미가 팔로 진화하는 이야기고, "물고기들은 왜 죽었을까?"는 대멸종을 다룬다. 아이 입장에서 가장 궁금할 질문을 제목으로 뽑아낸 감각이 탁월하다.
🎨 그림 한 장이 교과서 열 페이지보다 낫다
아가미의 내부 구조를 혈관과 함께 확대해서 보여주는 페이지, 갑주어(초기 물고기)가 바다를 가득 채운 장면, 직접 말풍선으로 대화하는 캐릭터들. 김고은 작가의 그림은 단순히 예쁜 수준을 넘어 과학 개념을 시각적으로 해체한다. "저런 물고기들을 갑주어라고 해. 갑옷을 두른 물고기라는 뜻인데, 초기 물고기는 대부분 갑주어였어" — 이런 대사가 그림과 맞물릴 때 아이의 이해는 폭발적으로 깊어진다.
📚 부록이 진짜 보물
p.130의 경이로운 생명의 비밀 노트 ②는 이 책의 숨겨진 명장면이다. 캄브리아기(5억 4,100만 년 전~) 생명 대폭발부터 오르도비스기(4억 8,800만 년 전~) 물고기 등장까지, 본문에서 만난 카메로케라스·갑주어들이 고생대 타임라인 위에 정확히 자리를 잡는다. 아이와 부록을 펼쳐두고 "우리가 만난 그 물고기가 여기 있네!" 하며 찾아보는 시간이 책 읽기의 연장전이 된다.
✍️ 한 줄 요약
단순한 과학 설명이 아니라, 어린이와 과학자가 함께 떠나는 생생한 이야기. 읽는 동안 어느새 진화의 흐름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1권 《생명의 나무를 찾아서》와 세트로, 순서대로 읽으세요. 두 권이 합쳐질 때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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