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역사와 개인의 기억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입니다. 해방 전후의 혼란, 한국전쟁의 상흔, 가난과 상실… 그 모든 무게를 어린 시절의 ‘싱아’라는 기억으로 길어 올립니다.
싱아 찾아 애타게 산속을 뒤지는 장면에서
시어머니, 할머니 생각도 불쑥 났습니다.
어떤 세월을 살아오셨을까.
해방과 전쟁, 가난과 상실… 저는 직접 겪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박완서 작가님이 써 내려간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니, 그 시대의 아픔이 꼭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때 우리 시부모님도 이런 삶을 살아내셨겠구나.”
누군가의 숨결과 감정으로 전해지는 체험이였고
이해였고 공감이였습니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는 전쟁도 빈곤도 직접 겪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다른 부류의 상실을 경험하고,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 오빠의 부상으로 피난이 불발되고 빈 집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날.
수많은 고약한 우연 앞에서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 증언의 책무를 되새기는 그 단단한 마음
“삶은 계속된다. 반드시 살아내겠다.”
는 강한 결의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한 회복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책장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물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