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70년된 고택에서 루차리브로 라는 사설도서관을 운영하는 아오키미아코차분한 진초록의 책을 만났을 때 마냥 신이 났습니다. 살랑이는 바람과 솔내음 가득한 숲속 누군가의 독서흔적이 빼곡히 남겨진 장서첫장을 펼치자마자 놀라고 말았습니다. 누가/왜/하필 여기서/도서관을 열었는가!영화처럼 아름다움 장면만 상상했지 도서관의 운영동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차분하고 고요한 문체에 미동도 없이 읽게 됩니다."살아내기 위해 읽습니다" 서문을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p.017 저는 정신질환을 앓으며 사설 도서관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과제를 껴안은 채로 다른 사람의 과제를 도와주고 있는, 문자 그대로 '불완전한 사서'입니다. 직장의 인간관계에 좌절해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저의 질환은 겉으로 드러났습니다."직장내 갈등, 부적응, 피로감, 동일본대지진을 통한 사회에 대한 위화감으로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저자는 몸과 마음에 이상이 생깁니다. 자신을 해하게 되어 입원까지 하게 된 후에살아내기 위해 개관한 도서관이 바로 숲속 도서관 <루차리브로> 입니다. 그녀의 과거에는 언제나 '책'과 '삶의 어려움'이 자리합니다. 이 책에서 읽어온 책과 그 독서를 둘러싼 기억을 펼쳐놓았습니다. p.116 유령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저도 언제 물질적 혹은 사회적으로 유령이 될는지 모릅니다. 누구라도 우연찮게 저편에 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이편, 인간 편에 계속 설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건 조금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유령 쪽에서 생각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유령의 입장에서는 이편이 '저편'이니까요.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아오키 미아코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삶이 불안해서 책을 읽었습니다. 한가닥 지혜라도 붙잡고 싶었습니다. 잔잔한 위로가 필요했어요. 마음이 사방으로 꽉 막혔을 때, 지혜가 필요할때, 지식을 채우고 싶을때공감과 위로가 필요할때 그리하여 성장하고 그 경험을 나누고 싶을 때 책이라는 창문을 통해 상쾌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닿기를... 천천히 읽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돌보는 기분이 들거예요. 돌봄과 회복이 이야기를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