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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뿌연 안개로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침이었습니다. 거리에는 마치 막 잠에서 깨어난 자의 고약한 입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떠돌고 있었고, 저는 끈적거리는 안개를 밀어제치며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이미 수업이 시작되었기에 곁눈질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크악, 크악. 후문을 통과하고 허둥지둥 교정으로 들어서는데 어떤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들은 노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회에 진출하는 즉시 채무자가 되어야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우리들이 침묵한다면 도대체 우리들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뭐긴 뭐야, 인간이지 오리냐, 꽥 꽥> 하고 중얼거렸음에도 저는 몽유병자처럼 그 목소리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새, 뿌연 안개 사이로 조그마한 구멍이 열리더니 연설하는 그녀의 양 옆으로 피켓을 든 학생들이 일렬로 선 채 구호에 맞춰 차차차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크악, 크악. 그 가운데에는 오리와 해파리도 발목에 쇠고랑을 찬 채 끼어 있었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점점 불어났고, 언제부터인지 숨이 막혀 오기 시작했는데 점점 정신이 아늑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꼭 약을 먹어 축 늘어진 닭처럼 말입니다. 크악, 크악. 그러는 가운데서도 그녀의 목소리만은 뚜렷이 들려오고 있었는데, 분명히 그랬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발음이 흐물흐물 녹기 시작한 시점이 말입니다. 크악, 크악. 응응거림만이 죽처럼 혼미해진 제 의식을 휘젓고 있었고, 저는 온 힘을 다해 눈을 번쩍 떴는데, 아니! 수천마리의 똥파리가 허공을 새까맣게 물들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중심에는 거대한 똥파리 한 마리가 날개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