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머지않아 나의 물소 또한 대중들로부터 사랑받게 될 것입니다. 헝가리 산 롱부츠를 교정에 드러내놓는 순간 그녀에 버금가는 호응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크악, 악. 그리고 저는 단상에 올라가 그녀에게 고백을 하겠지요. 기다렸다는 듯 그녀 또한 자신의 속마음을 밝힙니다. 자신 또한 나를 사랑하고 있었노라고, 보는 순간 이끌렸었노라고. 비계 덩어리는 아무 것도 아니고, 진정 영혼이 소중한 것이며, 커다란 머리통도 괜찮다고. 서로의 고백이 수천 명이 모여든 가운데 이루어지고, 키스, 키스, 하고 터져 나온 그들의 외침이 둘의 사랑을 운명적인 것으로 바꾸어놓습니다. 입술을 포개는 그들의 눈은 감겨진 채인데, 사방에서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의 하얀 빛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크악, 크악. 다음 날 학내 신문의 1면은 다음과 같은 기사로 화려하게 장식될 것입니다. 세기의 프러포즈! 헝가리산 물소와 이태리 산 악어의 만남!
대학이라는 억압의 사슬을 벗어나 그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인으로 살아갑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중국 북경까지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그들을 방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크악, 크악.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카메라에 포착되어 매번 이슈가 될 터이지만 신화가 되기 위해선 특별한 행보가 필요하겠지요. 결혼 10주년이 되는 날짜로 저는 계획을 세워 두었습니다. 임대한 비행기의 유리창을 깨어버림으로써 완성될 신화를 생각해 보십시오. 오오. 그들의 열광적인 사랑은 짧았으나 짧았기에 영원히 기억할 만한 인류의 자산이 되었다, 운운. 소설, 영화, 뮤지컬, 연극으로 차례차례 변주되어 모든 기록을 갈아 치워버리는 또 다른 신화의 탄생! 그러나 흠집 내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인지라 생쥐스트들은 미미와 저의 단점을 낱낱이 밝히려 하겠지요. 실제로 몇몇 흠이 드러날지도 모르겠지만, 흔히 그렇듯이, 그들의 이 나간 도끼는 둘의 명성에 어떠한 균열도 내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을 더욱 부각시켜 줄 것입니다. 크악, 크악. 잘 때에는 코를 골며 일주일에 한 번씩 팬티를 갈아입었다는 사실과 항상 보고서를 늦게 작성해 교수로부터 지적을 받았다는 제 습관들 말입니다. 크악, 크악. 그런데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는군요. 이제 그만 마셔야 하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았군요. 크악, 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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