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환>
1
2시에 K와 약속이 잡혀 있다는 걸 제외하고는 이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시작되었다. 밤새도록 노트북에서 흘러나온 랩이 여전히 뜨거웠고, 책상 위의 스탠드 빛이 어둑한 방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커튼이 햇살을 막았기 때문이 아니라 날씨가 우중충했던 것이다. 방문 앞에 놓인 신문지와 바닥에 던져놓은 청바지와 의자에 비스듬히 걸린 목이 늘어난 티, 수북이 쌓인 신문지들과 과자 부스러기, 선이 어지러이 뒤얽힌 이어폰, 책상 위에 놓인 형광펜과 갖가지 필기도구와 지갑, 각종 영수증과 껌 종이 각종 동전으로 가득 찬 그의 잠바 주머니 내부처럼, 어수선했다. 십일 전부터 시작한 책상 아래에 어질러진 퍼즐조각들이 방의 지저분함을 더해주었다. 잠결에 건드렸는지 배게 옆의 탁상시계는 건전지 뚜껑을 내던지고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조금 전부터 그는 4시 20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시점을 말해주고 있을 뿐 현재시간을 말해주고 있지는 않았다. 침을 삼키자 일 년 내내 갈라져 부르튼 입술처럼 목이 따끔거렸다······ 꾸르륵꾸륵. 5분만 더, 하는 동작으로 그는 다시 이불을 코밑까지 끌어당겼지만 허리까지 바싹 올라온 바닥의 한기는 어쩌지 못했다. 작은 누나가 보일러를 끄고 나간 모양이었다. 밤새 긁어대어 약간 부어오른 엄지발가락의 이물감처럼 의자바퀴에 달라붙은 기다란 머리카락 한 올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저 텅 빈 시선으로 몸에 달라붙은 차가움만을 투명하게 느끼고 있다가, 30초쯤 지났을까, 미묘하게도 의자바퀴가 꼭 검은 빛깔의 달걀처럼 보였고, 콜럼버스의 발견이란 단어가 저절로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그때, 불현듯 아침마다 발기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