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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뺨을 스치는 깃털의 촉감에 나는 퍼뜩 정신이 들어 눈을 떴다. 어둠이 사방을 감싸고 있었다. 몸이 차갑게 굳어가고 있음을 깨닫고선 등짝이 흠칫 떨렸다. 칠이 벗겨진 그네 기둥 하나에 등을 기대어 졸음운전을 하듯 졸고 있었던 것이다.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보자 무수한 낙하산처럼 가늘게 휘날리는 눈발과 함께 바스락거리는 추위 사이로 공원 밖으로 몇몇 행인들이 추상화처럼 흘러가는 게 보였다. 바람 한 자락이, 세게 움켜쥔 내 손에서 얼음조각처럼 부서져 발치로 후드득 쏟아졌다. 차디찬 공기를 가슴 가득 담았고, 알싸한 기운이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왔다. 휴대전화의 진동음이 다시 허벅지에서 울기 시작했다. 부재중 전화였다. 나는 확인하지 않았고, 대신 단물이 빠져 딱딱해진 껌을 뱉어냈다.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나간 것 같았다. 공원 입구의 쓰레기통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조끼를 벗은 다음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 벤치로 되돌아와 벤치 등받이 끄트머리에 엉덩이를 받치고 앉았다. 주머니에서 빳빳한 껌을 하나 꺼내 씹었다. 위태로운 촛불처럼 나는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세계를 돌리는 발전기인 양 턱을 움직였다. 건물 가득 차오른 빛과 대조적으로, 내가 앉은 공간은 어둠에 완전히 묶여 있었다. 공원 밖을, 각진 건물들을, 통유리 안의 환한 불빛을 나는 날카로이 노려보고 있었다. 간판들의 불을, 이 세계의 빛을 깡그리 꺼뜨리고픈 욕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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