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떠오릅니까! 크악, 크악. 기껏해야 농구화처럼 발목까지 올라오는 앵글 부츠가? 특수 용도로 사용되는 장화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 겁니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텐데! 짜잔! 그렇습니다! 양 볼에 한 가득 공기를 머금고 금괴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듯 츠, 하고 불어보십시오. 부-우-츠, 하고 말입니다. 츠, 에서는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앞세우고 흥, 하고 튕기듯 소리내야 합니다. 다시, 따라해 보십시오. 부-우-츠, 흥, 하고 말입니다. <부-우-츠, 흥.> 이제 아시겠지요.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장 40센티미터의 헝가리 산 물소가죽 롱부츠. 그날 저는 이 헝가리 산 롱부츠를 신은 채 교정을 배회했던 것입니다. 크악, 크악. 오리와 해파리와 보쌈을 먹었던 그날도 저는 롱부츠에 올라타고 있었습니다. 그들 뿐 아니라 누구도 통바지 밑으로 살짝 드러난 구두코가 무릎까지 올라온 무지막지한 부츠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크악, 크악. 걸을 때마다 양 다리를 콱 조여 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묘하게 어우러진 쾌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크악, 크악. 보이는 게 전부라고 믿는 그들을 향해 저는 속으로 빙긋 웃어주었습니다. 크악, 크악. 호일 펌을 한 이튿날도 물소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미미와 만났더라면 저는 입고 있던 통바지를 훌훌 벗어던져버리고 안에 껴입은 그레이 스키니 진과 롱부츠를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통바지로부터의 해방’을 갈구하고 있었는지 아시겠지요. 왜 그렇게 많은 땀을 흘리느냐고? 날씨가 더워서라니, 아니지요. 날씨가 더워서라니, 아아, 아니지요. 그 두꺼운 통바지 안에다 꼬깃꼬깃 그레이 스키니 진을 껴입고 있었으니, 게다가 물소가죽 롱부츠를 신고 있었으니! 크악, 크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