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운명적인 일이 마침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운명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크악, 크악. 그녀가 제 뒤에 앉은 게 단지 자리가 없어서였을까요? 여지저기 빠진 이처럼 빈자리가 많았는데도 그녀는 왜 제 뒤에 앉은 것일까요? 이것이야말로 운명적 이끌림이 아니었을까요? 그 날 수업도 저는 여전히 무관심 속에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제 신경은 이미 미미의 재잘거림에 온통 집중되어 있었으니까요. 전날 명동에 옷을 사러 간 모양이었습니다. 연설을 하거나 발표할 때와는 또 다른 감미로운 속삭임이 제 뒤통수를 간질이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저는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어 재채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부츠 신은 남자가 멋있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망치 모양이 공기로 화하여 제 뒤통수를 사정없이 강타한 까닭이었습니다. <맞아. 맞아. 부츠 신은 일본 남자들 정말 멋있더라> 아아. 멋있더라. 멋있더라. 나를 향한 구원의 속삭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크악, 크악. 그렇습니다.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집에 오는 내내 부츠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을 어찌나 콕콕 쪼아대는지 도로의 지나가는 차들의 경적소리마저도 부츠! 부츠! 하고 짖어대고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책상 맨 밑의 서랍을 조심스레 열었습니다. 오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라면서 저는 어둠 속에 웅크린 물소의 등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속삭였습니다. 얼마나 답답했니. 한 번도 밖에 나간 본 적이 없던 물소. 이제 그도 타인과 연결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드디어 나의 사랑스런 물소를 소개합니다! 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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