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즈음이었다. 그날도 만장이 형을 포함해 우리 셋은 너구리를 후후 불어가며 먹고 있었다. 거의 다 먹어갈 즈음 별안간 문이 벌컥 열렸다. 팔짱을 낀 털보 과장이 문턱에 서서는 깜짝 놀라 동작을 멈춘 우리에게 인상을 구겼다.

“자네들! 일은 안 하고 여기서 뭐하나!”

그러더니 갑자기 하하하하하,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장군처럼 내뱉는 것이었다. 허파를 들썩이게 하는 특유의 너털웃음. 그것은 바로 BBQ아저씨의 전매특허가 아니었던가. ‘척 하면 딱’인 것이다. 그러나 그 둘이 동일 인물이라는 확신이 스무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급속히 빛을 잃어감에 따라 ‘딱 하면 척’이라는 생각이 벌써부터 나의 등짝을 때리고 있었다. 그건 자기암시고 기만일 뿐이야. 명백히 그 둘은 전혀 별개의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혹시나 싶었다. 시장 끝에서부터 목적지까지 단숨에 당도했으나 눈앞에 나타난 간판은 ‘현대부동산’이었다. 그러므로 주인아저씨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뛰쳐나와 나의 손목을 꽉 잡아끌기를 원했으므로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맞은편 건물 벽에 기대어 서 통유리에 덕지덕지 나붙은 매물전단지 덩어리를 응시하는 사이 낡은 트럭과 자전거가 한 대씩 지나갔다. 10분이 영원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마침내 나는 한 차례 터져 나온 기침으로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중개인은 느긋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는 태연히 주름 잡힌 갈색 소파에 앉아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스포츠 신문을 펼친 맞은 편 사내가 나를 쓱 일갈하더니 다시 신문을 치켜 올렸다. 나는 주위를 찬찬히 뜯어보며 카운터와 냉장고, 테이블, 그리고 각종 집기가 놓였던 자리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았다. 내부는 확장공사로 훨씬 커진 것 같았고, 양 끝이 거무스름한 형광등 때문인지 실내는, 살이 오른 볼에 기름으로 머리를 뒤로 바싹 넘긴 중개인처럼 권태가 묻어나 보였다. 중개인의 눈썹은 아주 옅었고, 뺨에도 수염이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