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들의 말마따나 영원히 군대와는 빠이빠이, 라고 여겼던 제가 어리석었던 걸까요? 오히려 이상해진 건 전역을 하고 난 후였습니다. ‘빵꾸’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발 냄새 때문이 아니라 제가 더 이상 발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불안해지고 만 겁니다. 크악, 크악. 타 대학 여학생들과의 미팅자리에서 해파리가 저의 귀에다 속삭인 이후로 말입니다. <대가리, 너 발 냄새 졸라 장난 아냐. 토할 것 같아.> <진짜?> <열라 심해.> O양의 얼굴이 제 머릿속을 흐물흐물 스쳐지나가는 순간, 여자들의 찌뿌드드한 인상이 벼락같이 망막에 박혀들었습니다. 모두가 식탁 위에 올려진 된장에다 눈빛의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저는 막혀오더군요, 숨이 말입니다. 크악, 크악. 그날부터 저는 아침저녁으로, 가능하다면 점심시간에도 발을 씻기 시작했고, 이틀에 한 번씩 신발에다 발 냄새 먹는 솜뭉치를 갈아 끼워 주었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면 양말을 벗어 두 발을 바싹 말려주었습니다. 세수도 하루에 세 번씩 하기 시작했으며, 겨드랑이에 뿌리는 데오도란트까지 구입했고, 무엇보다도 머리가 작아지는 얼굴 마사지를 일주일에 두 번씩 해 주었는데, 물론 이 모든 노력은 미미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미미의 작은 얼굴을 항균 깔창을 갈아주는 아침마다 떠올렸습니다. 샤워를 할 때에도, 코털을 뽑을 때에도, 제 머릿속은 미미로 꽈 차 있었습니다. 크악, 크악.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의 혼란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미미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요. 오오. 이토록 순수하고도 정열적인 헌신을 로테는, 아니 미미는 알고 있을까요. 아마, 아니 틀림없이 모를 것인데, 당연한 일이지요. 크악, 크악. 항상 저는 이렇게 말하곤 했으니까요. <귀찮잖아> 중간시험이 끝난 삼일 전 술자리에서 오리가 장난으로 중얼거렸을 때에도 저의 반응은 한결같았습니다. <신발 벗어봐> <안나, 냄새, 지금은.> <어디 보여줘.> <괜찮아, 정말> <벗어봐.> <귀찮아.> <까 봐. 까 보라니깐.> <에이, 귀찮다니까.> <까 봐!> <안, 까!> <까 봐!> <안, 까!> <까!> <안, 까!> <까!> <안, 까! 귀찮다니까!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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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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