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크악, 크악. 신이 난 오리새끼가 제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한 것처럼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오면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간 첫 번째 모퉁이에서 우리는 흥부보쌈을 발견했고, 테이블마다 놓인 4개의 나무의자가 저의 시야에 들어왔고, 저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가자! 맛있어, 저기, 훨씬, 더, 놀부보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저를 따라 출입구에 들어섰고, 크악, 크악, 저는 승리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왜 성공이냐고요? 왜냐하면, 제 의견이 받아들여져 우쭐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니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아, 갑자기 떠오른 몇몇 단어들 때문에 기분이 조금 우울해지는군요. 구더기와 귀때기, 그리고 때기, 때기, 뺨때기 말입니다. 크악, 크악. 또 다시 군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사실 앞에서 고백하건데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타인을 괴롭혀 본 적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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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딱 한 놈이 문제야.> 군 입대를 삼일 앞두고 가진 동문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선배가 충고한 말이었습니다. 옆자리의 선배가 제 등을 치면서 말하더군요. <조심해. 가 보면 알겠지만, 모든 인간들과 조화를 이룰 수는 없는 법이거든.> 그런데 그의 말은 모조리 틀렸습니다. 모든 인간들과 조화를 이룰 수 없었기 때문에, 한 놈이 문제라는 말에서도 틀렸으니까요. 크악, 크악.
<현재 아귀는, 여자는?> 그게 O양이 내뱉은 첫 마디였습니다. <아귀? 이병! 진호! 말씀입니까, 아귀찜? 좋아합니다, 무척.> 입이 쩍 찢어져 형편없는 외모를 지닌 그 물고기를 떠올리고 있는데, 그때였습니다. 그 일병이 미친 듯이 흥분하면서 외치기 시작하더군요. <아귀는! 아귀는 여자! 아귀는 여자! 아귀는! 아귀! 아! 아! 아! 아! 아!> <이병! 진호! 여자입니까? 아귀가. 아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잘. 히힛.> 저도 모르게 그만 웃고 말았던 게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행동이 굼뜬데다 축구도 못했기에 사랑받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소의 뇌에 숭숭 뚫리는 구멍처럼 제 발에 찾아온 ‘빵꾸무좀’ 탓이었을까요? <야, 저리 비켜, 냄새나.> 제가 다가가거나 그들이 다가올 때마다 항상 코를 막으며 어깨를 툭툭 건드렸던 병사들을 탓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제는 얼굴조차도 가물가물해졌으니까요. 그러나 ‘빵구’가 생기기 전부터 시작된 똥물 뿌리기, 즉 엉덩이를 걷어찬다거나 초코파이를 빼앗아간다거나 수시로 제 오른쪽 뺨을 때리거나, 철모로 머리통을 찍어대거나 말꼬리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어온 O양의 괴롭힘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크악, 크악. 최초의 감동적인 순간이 떠오르는군요. 크악, 크악. 혹한기 훈련 중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O양이 먹어, 하고 내민 풍선껌 부푸러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었을 때 저는 울컥하여 울 뻔 했습니다. 그래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구나. 겨우 그거에 감동받았느냐고요? 크악, 크악. 항상 잘해주는 사람의 배려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무시하기까지 하는 인간의 간사한 면을 볼 때 반대의 경우도 역시 성립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크악, 크악. 헌데 껌을 씹은 지 십초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삑, 내지른 그의 고함에 제 턱의 움직임은 딱 멈추고 말았습니다. <껌을 입으라 행나! 먹으라 행찌! 먹어! 먹어!> 저는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멀뚱 O양을 보다 더듬거렸습니다. <입으란, 말씀이십니까? 껌을? 어떻게, 입습니까? 옷도 아닌데, 껌을, 히힛> 화장실의 뒷담으로 끌려가 철모로 머리통을 세 대 찍힌 후 귀때기를 열 대 얻어맞은 건 또 웃었기 때문이었겠지요. 크악, 크악. 그날 이후부터였습니다. 재미를 붙였는지 심심하면 O양은 저의 뺨을 찰싹 찰싹, 가볍게, 장난스레, 때리기 시작했는데, 때리면서 때기, 때기, 귀때기, 라고 히죽거리곤 했습니다. 그러다 일병 때부터 찾아온 ‘빵꾸’는 O양의 악의적인 괴롭힘에 날개를 달아 주고 말았습니다. <니 발바닥엔 구더기 1억 마리가 기어 다니고 잉어. 더기, 더기, 구더기>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 사이에서 떠돌게 된 별명들은 모조리 O양에게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크악, 크악. <어이, 마술사, 이리와> <야, 폭탄.> <일병! 폭탄!> <야, 빵꾸야. 독가스 뿜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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