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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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드디어 제가 성공했습니다!

아무도 제가 한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으니까요, 크악, 크악, 놀부 부대찌개 앞에서 터트린 오리의 자지러지는 웃음에 제 얼굴이 뻣뻣해진 건 마침내 올 것이 왔다고 판단한 때문이었고,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수백 번도 더 되풀이했던 끔찍한 상상이 밤새도록 이어진 탓에 수업이 끝난 오후가 되어도 발끝까지 몰린 긴장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고 있었으나 그 이유를 아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첫경험은 언제나 두려운 법이니까 말입니다. 크악, 크악. <발 아파. 좀 쉬었다 가자.> 마지막 교양 수업을 마친 후 정대후문의 나무 벤치에 앉아 보란 듯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고 난 뒤에도 몇 분이 지나서야, 해파리는 제가 신고 온 갈색 구두를 알아차리더군요, <어, 신발 샀네?> 그러나 제가 한 말은 겨우 이것이었습니다. <샀어, 그냥, 보세골목에서, 싸구려 신발이야, 순, 8천원> <8천원 치고는 꽤 괜찮은데>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저는 청바지 아래로 비저 나온 구두코를 슬쩍 바라보곤 뇌까렸습니다. 꽤 괜찮다니, 당연하지. 크악, 크악. 5분의 1쯤 알아본 해파리를 제외하고 제 새 구두를 알아 본 친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때까지 둔감한 오리새끼는 아예 알아차리지도 못했고, 사실 반쯤 정도도 아니었기에 이는 해파리에게도 적용되며, 교정을 거닐다가 지나친 몇몇 동료들과 편의점에서 마주친 후배 두 명도 마찬가지였고, 도서관 엘리베이터를 대여섯 번이나 오르내리는 동안, 지하철에 올라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제게 손가락질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므로 마침내 성공을 거머쥔 것이었습니다. 크악, 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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