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더 이상 안 된다던 아주머니의 요구에 사정을 말하려다 그만둔 뒤로 조금씩 청소를 진척시키던 중이었다. 중구에 위치한 덕분에 편리한 교통과 지리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택가의 값싼 전세 덕분에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은 7년 동안 쌓인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선풍기와 중고 텔레비전, 거실의 낡은 소파와 마지막까지 고민한 침대를 버린 후 나는 단골미용실에 들렀다. 인디 모히칸으로 머리카락이 서걱서걱 잘려나가는 내내 침묵했다.
벽장을 열어 정리를 하던 중 조끼를 발견한 것은 방을 구할 셈으로 부동산을 몇 군데 돌아다닌 저녁 무렵이었다. 근처의 부동산은 모두 집값이 올라 일대 대란이라며 중개인은 혀를 내둘렀다. 내가 원하는 아주 값싼 방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거의 반을 잘라 생활비와 검정고시 준비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계획이었으니까. 옷 가게는 더 이상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듯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잡동사니 사이에서 조끼는 옷을 넣어둔 박스 맨 아래에 깔려 있었다. 잠시 어리둥절해 있던 나에게로 사당역이란 단어가 삐걱거리며 굴러왔다. 암호 같은 문장을 긴 꼬리로 이끌고서. 사당역의 사에서 이를 곱하면 팔, 그러니까 8번 출구였다. 어느 순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나는 마스크를 벗어 작업을 중단하고 거리를 나섰다. 걸어간 청계천 부근의 정류장에서 칙칙한 사람들 속에 섞여 있다가 세 번째 도착한파란 색 버스에 올라탔다. 보내버린 앞의 두 대는 일전에 타 본 버스였다. 처음 타보는 241은 나의 예측과는 달리 첫 번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었고, 휘갈겨 쓴 필기체 비슷한 코스를 좌우로 반복하던 어느 지점에서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