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끼>
1
이번에도 악몽이라고 생각했다. 새벽의 어둠 속에서 가위눌림을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는 끙끙대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에 숨통이 트인 건 안간힘을 쓰다가 힘을 빼고 난 다음이었다. 영원 같이 느껴진 시간이었지만 실제로는 아주 짧았을 것이다. 형광등을 켜기 위해 왼손은 허공을 더듬었으나 어찌된 셈인지 줄이 잡히지 않았다. 언제나 한 번 만에 잡히던 줄이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점점 마음이 다급해져 갔으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에야 허리까지 뻗어 올라온 힘에 의지해 튀어 오르듯 상체를 일으켜 세워 주먹을 휘두를 수 있었다. 달걀처럼 떠 있던 사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불안한 눈길로 어둠의 한 점을 응시하다 시간의 깊이를 재듯 주위를 둘러본다. 틀림없는 나의 방이었다. 그럼에도 주위의 사물들이 이상하리만치 평소보다 훌쩍 솟아올라 보였다. 나무 책상과 중고시장에서 구입한 5단 책장, 비스듬히 걸린 문 옆의 사각 거울과 옷장까지. 주위를 싸고도는 차가운 공기 탓에 뻣뻣해진 등허리로 문득 바닥의 딱딱함이 곧추 세운 상체를 지탱하는 왼쪽 손바닥으로 슬금슬금 기어오고 있음을 나는 깨달았다. 이물감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책상 위의 모닝글로리 스탠드는 어제와 똑같은 모양이었고, 거울 옆에 걸린 P가 새겨진 모자의 높이도 그대로였다. 그러니 침대에 누워서도 형광등을 끄거나 켤 수 있게끔 늘어뜨린 하얀 줄을 잡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낮아져, 작아져 있었으니까.
새벽에 설핏 깨어났을 때 느끼는 고독하고 막막한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문손잡이에서 떼어낸 야광조끼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 창문을 열었을 때 짧게 내지른 탄성처럼 쏟아지는 눈 때문만도 아니었다. 밤사이에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라디오 아나운서의 말이 설핏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콧속으로 훅 끼쳐 들어온 이불 속의 텁텁한 열기와 더불어 의식 안쪽에 달라붙은 기억들이 연신 덜컹거리는 창문처럼 뒤척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은 점점 또렷해졌다. 몸에서 올라오는 열을 호흡하면서 나는 밖을 나섰다. 새벽 3시를 갓 넘긴 골목의 괴괴한 침묵처럼 담벼락 귀퉁이에 각각 기대어 세워진 흰 시트와 합판 두 장 그리고 네 장의 널빤지는 몰래 내다버린 이틀 전 모습 그대로였다. 한때는 낮 동안 누나가 사용했고, 밤에는 나의 것이었던 아이보리 색 침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