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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진 기준으로 난 이 책이 단지 재미있는 글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러기에는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주고 있고, 작가도 나름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오히려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제단하고 있기에 재미있는 책이지만 속은 없다라고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난 80년대를 몸으로 겪은 세대가 아니지만 후일담으로 불리는 80년대를 배경으로한 소설도 좋아한다. '인간의 대한 예의'를 말하는 그 시대를 마음 속 깊이 공감하지는 못해도 마음 한 쪽에 늘 자리해둘 정도는 된다. 그러나 반면 '동정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엔 같이 웃고 같이 대화하고 싶어진다. 즉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대화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 이 시대에 이 책이 어울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고3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너무 까마득해서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겨우 7,8년의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하지만 키스와 뽀뽀의 차이를 고2때 겨우 알았고 그 차이점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내가 기억하는 고등학생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시대가 많이 변한 것이겠지. 그리고 나 또한 변한 것이다. 이 등장인물들에 공감하고 그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하하, 그리고 나이를 먹은 것인지, 직업때문이지, 명호씨와 숙경씨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된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나도 늘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 나도 어쩔수 없이 우리 아이들을 억압하고 있지 않은가, 늘 반성하는데도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 글 속에서 명호씨와 숙경씨는 나의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너머서고 있다. 그것도 가장 예민한 고3 아들을 두고서 말이다.
이 소설이 전체적으로 청소년의 성이라는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문체와 이야기가 가볍고 산뜻하게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어른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본문에 '내'가 엄마나 삼촌이라고 부를때는 할 수 없었던 얘기를 '명호씨' '숙경씨'라고 부르니까 할 수 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우리가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키워드이다.
우리는 청소년들만이 이 나라의 희망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희망의 씨앗들을 보드라운 흙 속에서 자라게 하는가, 돌투성이 밭에 던져놓는가는 역시 기성세대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더욱 들게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고등학생뿐아니라 고등학생 자녀를 둔 어른들과 많은 교사들이 꼭 읽었으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