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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쌍뻬의 글과 그림은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한다. 특히 그의 그림이 좋아서 꼭 A4 판형의 책을 샀다. (이 책은 작은 판형 뿐이라서 아쉽게도 그러지 못 했지만.) 항상 무언가 특별한 것만을 원하는 내게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라는 평범 속의 비범을 말하신 우리 어머니처럼 상뻬도 평범한 삶 속에서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비밀을 조근조근 보여준다.
아무런 이유없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과 전혀 감기 기운이 없는데도 자꾸만 재채기를 하는 아이 르네의 만남은 〈그렇게까지〉불행하지 않았던 두 아이의 삶을 더 없이 행복하게 바꿔놓는다.
보고싶은 영화를 놓고 다툴 필요없이 혼자서 영화를 보고, 쇼핑을하고 멋진 음식점에서 맛있는 요리를 혼자서도 잘 먹고 퇴근 후에 서점에 들러 책을 한 두권 고른 후 집에와서 메일을 체크하고 답장을 쓰고, 비디오를 보거나 책을 들고서 시간을 보내다 내일 할 일을 점검하고 필요한 서류들과 책들 훑어 본 다음 잠자리에 드는 생활에 그럭저럭 만족하다보면 어느새 친구없이도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이런 생활은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서로를 알기 전의 마르슬랭과 르네가 그러했듯이.
이 책은 혼자서도 별로 불편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은 우리의 삶 속에서 우정과 사랑의 존재는 '불행하지는 않은'을 '아주 행복한'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힘이란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 우정과 사랑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고 있는 중'에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지키고 가꾸어가야 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잔소리(?)까지도 잊지 않는다.
사람을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이 만큼 편안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그의 다른 작품들도 계속 번역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