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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쫌 아는 10대 - 인류세가 지구의 마지막 시대가 되지 않으려면 ㅣ 과학 쫌 아는 십대 15
허정림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2년 10월
평점 :

풀빛 출판사의 '쫌 아는' 시리즈는 10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눈 여겨 보는 시리즈입니다. 먼저 출간되었던
‘사회 쫌 아는' 시리즈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주제를, '과학 쫌 아는' 시리즈는 여러 흥미 있는 과학 이슈를 콕콕 찝어
출간되고 있어서 찾아보게 됩니다. 이번에 만나 본 '인류세
쫌 아는 10대'는 현생 인류가 어떻게 인류세로 불리게 되었는지
알기 쉽게 이야기해 주는 과학 시리즈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인류세의 배경과 특징을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환경 문제에까지 심층적으로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겨냥한 독자층은,
“인류세라는 용어를 들어봤으나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10대”
“인류가 미친 환경 오염에
관해 관심이 많은 10대”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싶은 10대”
“위의 내용들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싶은 성인”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마지막에 해당이 되는데,
140페이지의 얇은 책에서 간략한 내용을 기대하였다가 예상 외의 깊이 있는 내용으로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움을 얻었습니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지질학적 용어로 인류가 한 행동이 지층에 그 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는 뜻입니다. 지구의 탄생 이후 46억년을 일 년 달력으로 표현하였을 때 인류가
등장한 것은 12월 31일 밤 11시 라고 할 수 있는데, 고작 그 짧은 시간동안 인간은 지구 환경에
이토록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고 합니다.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거론되는 지점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농업이 시작된 시기
18세기 말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산업 혁명
1945년 최초의 핵 실험
입니다.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시점은 인류가 경쟁적으로 핵폭탄을 개발하였던 1950년 경입니다.
여기서 거대한 기록보관소 역할을 하는 ‘아이스코어’의
역할이 빛을 발하는데, 남극 얼음을 1.5킬로미터 깊이로
뽑아낸 이 아이스코어 안에는 약 74만년 동안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아이스코어 안에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는 납 오염부터 산업 혁명으로 화석 연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메탄과 프레온 가스, 그리고 1945년에 사용된 원자폭탄에서
나온 방사성 탄소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하니 엄청난 데이터베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인류세의 3가지 특징을 알아보면,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선 물질
플라스틱
닭 뼈 화석
이라고 합니다.
플라스틱은1930년 영국 화학자들에 의해 발명되어 100년이
채 안된 기간 동안 유리, 나무, 철, 종이, 섬유 등 다양한 물질을 대체하며 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편리하다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끝에 인류는 플라스틱을 83억톤
생산하고 63억톤을 쓰레기로 남겨놓았습니다.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이 플라스틱 쓰레기는 아주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합니다. 해양 생물에 위험을 끼치며, 해류와 바람을 따라 모인 해양 쓰레기가 바다 한가운데에 ‘플라스틱
아일랜드’를 이룬다고도 합니다. 가장 큰 쓰레기 섬은 우리나라의
약 16배에 달한다고 하니 어마한 인류의 흔적에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핵실험과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의 위험성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두 건을 통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방사능 물질은 인류세의 시작점을 나타내는 요인이면서 특징
중 하나입니다. 1945년 미국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르도에서 인류 최초의 핵실험으로 그때까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플루토늄-299’성분의 방사선 낙진을 지질층에
선명하게 남김으로써 인류세의 특징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인류세의 특징은 지질층에 남겨질 닭 뼈 화석입니다. 한 해 지구인이 먹는 닭은 650억 마리로 그 개체 수가 너무 많아 생태계의 불균형이 야기되었습니다. 또
야생동물의 수는 줄고 공장형 축산 시설은 늘면서 조류독
감, 메르스, 사스, 코로나 등등의 인수공통감염병도 생겼습니다. 공장형 축산 시설에서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투여 받고 공장의 상품처럼 빠르게 길러지는 건강하지 못한 닭들은 인간에게 좋은 먹거리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인류세를 사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으며
관심이 생겨 제로 웨이스트에 관한 책도 보게 되었습니다. 환경학자들은 인류가 너무 오랜 기간 생태 용량을
초과하여 지구 환경을 이용하고 파괴하고 있어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적자 상태의 생태
환경을 조금이라도 돌이키려는 노력은 다음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양심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환경을 파괴하며 이룩한 선진국이라는 점에서 그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 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 재해나 환경 난민 문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을 채우러
왔다가 환경문제에 심각성을 느끼고 책임을 나누어 지고, 실질적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돌아서는
계기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