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서윤빈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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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차오르는중입니다
#도서제공

'종말'을 검색하면 '계속된 일이나 현상의 맨 끝'이라는 뜻이 나온다. 무섭게 퍼붓는 비와 수해 뉴스를 보며 '지구종말이 코앞에 다가온 것 같다'라는 말을 종종 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생각이 바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계속 '종말이 차오르는 중'이 아닐지.

이 책은 Cli-fi SF이다. Cli-fi를 처음 들어봤는데 기후 변화를 주요 소재로 삼는 문학의 한 장르라고 한다. 짧은 책 소개 문구처럼 이 책은 기후 재난과 불평등,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장마가 아닌 우기, 건기로 바뀐 우리나라 속에서 비로 인해 배달이 중지되고 버스 운행이 멈춰도 고급 아파트 단지로 정체 모를 생선을 배달해야 하는 당신 (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수장한 아이의 관이 다시 떠올라 집으로 돌아온 관을 마주한 나 (농담이 죽음이 아니듯 우리는 땀 대신 눈물을 흘리는데)
-2022년 폭우로부터 몇년 후 발견된 검은 해변인 블랙번, 홀린듯이 모여들어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무기력한 청년들이 또다른 이유로 블랙번에 모여드는 이야기 (트러블 리포트, 생물학적 동등성 첫번째)
-외할머니와 엄마를 거쳐 딸까지, 3대에 걸쳐 '그 집'에 머물렀어야만 했던 이야기 (애로 역설이 성립할 때 소망의 불가능성)
-재개발 우선 택지 선정 정책의 가산점을 받기 위해 에너지 절약·우수단지 '환경의 친구' 사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안내문 (리버사이드 아파트 여름맞이 안정 유의사항)
-블랙번으로부터 온 슈슈 (생물학적 동등성 두번째) 까지.

SF소설이라고 하지만 전혀 위화감 없이 책을 읽었다. 특히 블랙번은 있음직한 소재였다. 갯벌이 있는 서해 바다 쪽 어딘가에 생겼을 것 같은, 내가 모르고 있던 검은 해변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책은 기후 재난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고 있다. 지금의 사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황에 소설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민주주의 사회는 눈앞의 이해득실에는 과민하게 반응하지만 천천히 다가오는 재앙에 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책을 보며 이 문장이 우리 사회와 소설 속의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이 아니라 세면대가 막히는 것 처럼 스멀스멀 쌓이는」 기후 재난 앞에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 표지를 통해서도 블랙번을 상상할 수 있지만 띠지에 있는 QR코드로 접속하면 블랙번을 체험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들어가보는 걸 추천. 독서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럼 #서윤빈 #열림원 #SF추천 #SF #연작소설 #기후재난 #모래알들의연대 #소설추천 #책추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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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김혜영 지음 / 그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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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도서제공

김혜영 작가님의 책 <아보카도>의 표지는 굉장히 화려하다. 미술을 잘 모르지만 무엇인가 파스텔로 그린 것 같은 다양한 색상, 특히 원색들도 눈에 띄는 여러 어우러진 배경색 위에 있는 아보카도 4조각. 여덟 편의 소설이 담겨있는 소설집인 것을 감안하면 '각각의 소설 색이 많이 화려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표지였다. 표지의 촉감도 참 보드랍다. 잘 후숙된 아보카도를 한 숟갈 푹 떠서 먹는 느낌 마냥.

책 <아보카도>는 총 여덞 편의 소설과 작가의 말이 담겨져 있다. 여덟 편의 소설 모두 '상실'을 맞이한 사람들의 감정,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에 대한 상실이었고 상실의 과정이 어땠는지는 담백하게, 단순하게 알려준다. 대신 '상실' 이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있어서 감정몰입이 빠르게 되는 소설이었다. 직접적으로 감정들이 언급되지 않기에 '지금 이 화자는 이 감정을 느끼고 있겠다'라고 유추하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여덟 편의 모든 소설 속 '남겨진' 사람들이 슬픔에 빠져있지는 않다.

-"소희야, 억지로 참지 마. 우린 모두 충분한 애도를 해야 해." (p.40 -박수정기 노을 중)
-한참동안 뱉지 못한 씨앗 하나가 여전히 입속을 굴러 다녔다. 끝부분이 날카로워 입천장을 찔러대던 그것을 왜 아직 입속에 머금고 있었을까. 나미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처럼 서둘러 그것을 뱉어냈다. 비로소 입안이 개운해졌다. (p.68 -대추 중)
-아직 무너지지 않은 아버지의 마지막 염막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p.127 -자염 중)

떠난 사람들과는 다르게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남겨진 일들이 많다. 그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묻어두는 것'보다 충분한 '애도'라고 생각한다. <박수정기 노을>, <대추>, <자염>처럼 서로 충분히 애도하며 위로하고, 스스로를 다지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세 소설을 읽으면서 훈훈하고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원색이 떠올랐다.

한편 <공가>, 표제작인 <아보카도>, <지연>, <BABY IN CAR>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열려있다. 당장이라도 '다음 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알려주세요!' 라는 질문을 김혜영 작가님에게 던지고 싶었다. 소설의 마지막 문단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 소설 한가운데에 들어가서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 화자를 바로보고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너의 찰스>는 여덟 편의 소설 중 스스로 급한 감정 곡선을 그렸던 소설이다. 이야기의 끝은 무엇일지 역시나 궁금해졌다.

<아보카도>를 읽으면서 드러나있지 않은 감정들을 상상하고, 감정을 상상하기 위해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조용한 문장들 사이에서 오히려 독자인 내가 할 일이 많았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문장들이 넘쳐나는 생활 속에서 <아보카도>는 나에게 색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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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김혜영 지음 / 그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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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금방 시간이 흘러간다. 대신 여운은 계속 남아있다. 그 감정의 실을 놓지 못하고 계속 붙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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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어둠
조승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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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어린어둠
#도서제공

조승리 작가의 『나의 어린 어둠』은 ‘네가 없는 시작’, ‘내 안의 검은 새’, ‘브라자는 왜 해야 해?’, ‘나의 어린 어둠’이라는 네 편의 소설과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로 구성된 연작소설집이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배경이나 상황도 조금씩 다르지만, 읽다 보면 이 이야기들이 하나의 정서로 조용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시력을 잃었거나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상태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이별을 맞이하고, 말하지 못한 상처와 외로움, 좌절, 상실을 겪는다. 시각적으로도 마음과 감정 속에서도 어둠을 마주한다. 읽는 동안 ‘딱하다’는 감정이 들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치밀기도 하지만, 결국 마음이 저릿하게 아려온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아픔을 과장하거나 휘몰아치지 않는다. 담백하고 조용한 문장들 속에, 슬픔과 상실을 껴안고서도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담아낸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문득, 과거의 나는 상실 앞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때의 나 역시 흔들리고 주저앉았지만, 다시 일어나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공감하게 되었다.

『나의 어린 어둠』은 그런 어둠이 비단 시각의 상실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감정과 삶의 모든 층위에서 어둠은 존재하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음을 조용히 일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계속해서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작지만 강한 울림을 남긴다.

조승리 작가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많이 써주면 좋겠다.

*너는 지금의 상황이 곱씹을수록 분하고 처참하다고 했다. 나는 너의 불우한 환경이, 외로운 삶이 계속 되길 바랐다. 더 망가지고 부서지길 원했다. 그래야만 내가 네 곁에 언제까지나 머무를 수 있을 테니까.

*영원한 어둠은 내 눈이 아닌 마음에 먼저 찾아온 듯했다. 머릿속이 암전되어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거대한 어둠이 나를 집어삼켰다.

*"내 새끼... 나 살아 있는 한은 내가 네 눈이여."

*밖을 보았다. 비가 굵어지고 있었다.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장마의 시작이었다.

*내가 가장 암담하게 느꼈던 것은 평생 캄캄한 일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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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국경을 모른다 - 지구를 위한 국제 협력 리포트
김기상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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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추워야 하는 날이었는데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고, 하늘이 구멍 뚫린 듯 비가 내리고, 산불이 꺼지질 않는다는 뉴스를 보는게 어느덧 익숙해졌다. ‘진짜 기후위기 때문인가봐’라는 대화를 나눴던게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현상을 전하는 뉴스를 보면 ‘사람 다치면 안될텐데’하고 스쳐지나갔다.

“기후위기가 뭔데?”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난 “지금 우리가 겪는 것”이라고만 답할 수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겠지.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은 어려우니 좀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없을까 하다가 <기후위기는 국경을 모른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김기상 작가님의 글로 시작한다.

1장에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과 온실가스의 관계, 지구 열탕화 시대에 대해 이야기 한다. 2장과 3장에서는 기후위기에 직면한 지구, 전세계 곳곳과 우리의 일상을 다룬다. 4장과 5장에서는 기후 변화에 맞선 전세계의 연대와 여러 협약들 그리고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들을 담고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동네친구 따라 제로웨이스트샵을 다니면서 일상에서 손수건도 쓰고 쓰레기 배출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내가 진짜 무지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런데 이 책이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기후위기’라는 무거운 소재를 중심으로 쓰인 책이지만 개념부터 기후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상황, 여러 국제협약들에 대해서 중요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처럼 다양한 예시와 그래프, 사진 등 시각자료를 통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기후위기는 인간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물에게 위험하다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한 나라가 없어질 위기에 직면하고, 육지에서도 바다에서도 지구의 평균 기온 1도가 상승함으로서 겪고 있는 상황, 기후난민을 포함한 기후위기로 인한 불평등 문제까지. ‘이미 너무 많이 와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좌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연대를, 특히 당사자 총회 내용을 과거부터 쭉 봐오면서 ‘그래도 한발자국씩 전진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말에 열리는 당사자총회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부터겠지만. 너무 굴욕적이지만 2016년 <클라이밋홈뉴스>라는 외신매체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선정했던 소식은 쥐구멍에 숨고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모른다>는 제목은 가장 현실을 잘 나타내는 문장이자, 과제가 분명한 문장이다. 산업화 이후 모든 나라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고 국가를 불문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세 역할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적 수단을 고려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배출권 거래제, 탄소세 정책의 조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6월에는 국회에서 탄소 중립 선언식을 진행했다. 이전보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고,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비롯해 직접 행동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많이 울려퍼지고 있다.

책 또한 “이제 무엇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알았으니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보기를 권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 기후위기의 구조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 안에서 ‘변화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해진다.

‘이제서야 한다고 되겠어?’라는 회의감을 느끼거나 무력감을 느낀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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